수온변화에 중국어선 무차별 남획…동해안 어민 생계마저 위협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경북 포항에 사는 주부 김정아(45)씨는 며칠 전 오징어를 사기 위해 죽도시장에 갔다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값이 오른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오징어 2마리를 1만원이나 주고 사야 해 '금(金) 오징어'임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전에는 1만원으로 4마리를 샀는데 올라도 너무 오른 것 같다"며 "식구들이 오징어 요리를 좋아하는 데 앞으로는 자주 못 해줄 것 같다"며 한숨을 지었다.
경북 동해안 대표 어종인 오징어 어획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덩달아 가격은 비싸 앞으로 서민 식탁에서 좀처럼 볼 수 없을 정도다.
17일 경북도에 따르면 동해안 오징어 생산량은 2008년 9만1천416t에서 2009년 9만2천872t까지 늘었다가 2013년 6만3천387t, 2014년 5만9천734t, 2015년 5만4천684t으로 감소했다.
작년에도 4만4천202t으로 전년보다 20%가량 뚝 떨어졌다.
오징어 하면 떠오르는 울릉도에도 2002년 8천731t이 잡혔으나 2010년 2천897t으로 떨어진 뒤 2014년 2천33t, 2016년에는 1천852t으로 급감했다.
포항 구룡포에 지난해 오징어 위판량도 1만3천t으로 전년도 1만8천t보다 30%가 줄었다.
어획량이 줄자 가격은 상대적으로 올랐다.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현재 오징어 1마리가 4천∼5천원으로 작년 2천∼3천원보다 배 가까이 올랐다.
작년까지 1만원에 4마리를 살 수 있었으나 지금은 2마리밖에 살 수 없다.
마른오징어도 1축(20마리)도 작년까지 4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6만∼7만원은 줘야 한다.
포항에서 횟집을 하는 이은정(50)씨는 "오징어가 워낙 비싸 포항 명물인 오징어 물회는 원가를 맞추지 못해 못 팔고 서비스로 주던 오징어 요리는 아예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온난화에 따른 어장 변화와 중국어선 무차별한 남획이 가장 큰 원인이다.
난류가 북상으로 울릉도 북쪽 북한수역에 형성된 오징어 어장에 중국어선 수천 척이 진을 치고 오징어를 싹쓸이하고 있다.
동해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2000년 초에는 100여 척에 그쳤으나 2011년부터 1천 척 이상이 몰려 2014년에는 1천900여 척으로 늘었다.
2015년 1천 척 이하로 줄었다가 작년에 다시 1천200척 이상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기상이 악화하면 중국 어선 수백 척이 울릉도 앞바다에 피항해 폐어구와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 해양을 오염시키고 수중 시설물을 훼손하는 등 부작용도 커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경기 침체에 오징어 어획량까지 감소하자 오징어로 생계를 잇는 경북 동해안 어민은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최수일 울릉군수는 "불법조업에다 마구잡이 피항을 하는 중국 어선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며 "중국 어선 폐해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h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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