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40년간 한국 해운업을 이끌어온 한진해운[117930]의 파산 선고를 하루 앞두고 해운업계는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분위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16일 "암 선고를 받았을 때와 실제 사망했을 때의 느낌이 다르지 않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진해운은 이날 채권자 게시판만 남겨둔 채 홈페이지의 다른 공간을 모두 폐쇄했다.
회사 소개나 연혁, 조직도 등 정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진해운의 여의도 본사도 없어진 지 오래다.
청산 작업을 맡는 이 회사의 존속법인은 임대료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 유수홀딩스[000700] 건물을 떠나 강서구 염창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한때 유수홀딩스 건물의 6개 층을 사용했던 한진해운은 사무실 이전과 함께 여의도 본사 간판을 철거하며 21년 만에 '여의도 시대'를 쓸쓸히 마감했다.
17일 파산 선고가 나면 염창동 사무실에 남은 존속법인마저 잔무를 끝내고 문을 닫게 돼 한진해운은 이제 흔적도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한국 해운업은 한진해운 몰락 이후를 준비하고 있으나 한때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국적 선사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여러모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본격적인 후폭풍은 이제부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때 세계 6위였던 한국 해운업 규모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개시 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작년 8월 기준 106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였던 컨테이너 수송력이 12월에 51만TEU까지 떨어진 것이다.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삼던 부산항은 물동량이 크게 줄어 직격탄을 맞았고, 밀린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한 부산의 중소 협력업체들은 400억원대의 피해를 볼 위기에 처했다.
한진해운뿐만 아니라 항만조업 등 관련 업종에서 벌어진 대규모 실직 사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한진해운 직원 총 1천400명 가운데 750명만이 재취업했고 나머지는 아직도 구직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화물 고박·검수·컨테이너 수리·줄잡이 등 일을 하는 협력업체들에서도 수천명이 일터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해운업 불황이 이어지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업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현대상선[011200]과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을 인수해 새로 출범하는 SM상선을 중심으로 상처를 추스르고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8년 말까지 재무 구조 등을 정상화하고 2021년에는 글로벌 선도사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M상선은 최근 한국선주협회에 회원사 등록을 완료하는 등 3월 8일 서비스 개시를 위한 채비에 한창이다.
정부도 해운·항만 산업에 올해 6조5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하고 세부 대책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과거를 반성하고 앞으로는 한진해운 사태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잘 해보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며 "글로벌 화주들로부터 우리 선사들이 신뢰를 회복하도록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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