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국내주식투자 1위 케이만군도…9조원(종합)

입력 2017-02-16 18:00  

조세회피처 국내주식투자 1위 케이만군도…9조원(종합)

'비밀계좌' 스위스도 7조2천억…검은머리 외국인 '우회투자' 의혹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대표적인 조세회피처 중에서 케이만군도가 국내 주식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 케이만군도에서 국내 주식에 9조3천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했다.

또 비밀계좌로 유명한 스위스에서도 국내 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7조2천억원이 넘었다. 국내 채권에 투자한 것까지 합하면 20조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런 조세회피처의 투자자 중 일부는 세금 회피 등을 위해 현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다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케이만군도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9조2천87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 주식 보유액의 1.93%에 해당한다.

인구 5만~6만명의 케이만군도는 법인세, 증여세, 상속세 등을 면제해 줘 대표적 조세회피처로 꼽힌다.

케이만군도 투자자들의 주식 보유액은 2008년 말 3조6천753억원 수준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9조원대로 150% 넘게 증가했다.

케이만군도 투자자들의 보유액은 중국 투자자들(8조7천10억원)보다 많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케이만군도 투자자들은 기관과 개인을 합해 3천305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 투자자들(4만3천297명)의 7.6%에 해당한다. 미국(1만4천383명)과 일본(3천818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또 다른 대표적 조세회피처이자 비밀계좌로 잘 알려진 스위스의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7조2천440억원어치를 보유했다.

금감원이 외국인의 국가별 채권 보유액을 가장 마지막으로 공개했던 지난해 3월 말 당시 스위스는 14조4천630억원어치의 채권을 보유했다. 주식과 채권을 합한 보유액은 20조원이 훌쩍 넘는다.

스위스의 채권 보유금액은 2008년 말 6천242억원 수준에서 2014년 말 8조70억원, 2015년 말 12조370억원, 지난해 14조4천63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으로 페이퍼컴퍼니가 많은 룩셈부르크는 31조510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에는 대형 투자은행들이 많아 조세회피처로 단순 분류하긴 어렵다는 게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역시 페이퍼컴퍼니가 많은 홍콩의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은 지난해 말 4조450억원에 달했다.

조세회피처인 버진아일랜드는 지난해 말 투자자가 116명으로 전년 말(79명)보다 크게 늘었지만, 보유액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피난처인 케이만군도와 버진아일랜드, 스위스, 홍콩 등의 국내 투자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 지역 투자자 중에 검은머리 외국인이 포함돼 있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론이 맞는다면 이들 검은머리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들어와 시장을 교란할 여지가 충분하다. 검은머리 외국인이 진짜 외국인 행세를 하며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거나 팔면 국내 투자자들은 꼼짝없이 속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이 케이만군도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자금을 빼내 비자금을 조성하고 외국인투자자인 것처럼 이를 다시 자신의 회사에 투자하면 주가를 쉽게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경우 투자자가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주가조작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검은머리 외국인은 단골 메뉴로 거론된다.

지난해 '코데즈컴바인[047770] 사태' 당시에도 조세회피처에 적을 둔 검은머리 외국인과 관련됐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코데즈컴바인은 지난해 초 연일 상한가를 보이며 주가가 18만4천100원까지 치솟았다가 거래정지 후 연일 하한가를 보이며 1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전날 코데즈컴바인 주가는 3천855원이다.

k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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