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장사도, 푸른 바다 위에 핀 꽃송이

입력 2017-03-05 08:01  

[연합이매진] 장사도, 푸른 바다 위에 핀 꽃송이




(통영=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통영 장사도는 거제에 있는 지심도와 함께 봄마다 동백꽃이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여행 명소로 꼽힌다. 동백꽃을 비롯한 다양한 꽃이 화사한 자태를 드러내는 그곳에서 방문객은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장사도는 긴 뱀이 엎드려 있는 형국의 섬이다. 한자도 길 장(長)에 긴 뱀 사(蛇)를 쓴다. 또 다른 이름은 '늬비섬'이다. 늬비는 누에의 경상도 방언이다. 그래서 누에를 닮은 섬은 '잠사(蠶絲)도'라고도 불린다.

장사도 가는 배는 거제 가배항과 대포항, 그리고 통영유람선터미널에서 출발한다. 이 중 가장 가까운 항구는 거제 남서쪽에 있는 대포항. 포구에서는 기다란 장사도가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유람선이 포구에서 출발하면 10여 분 만에 닿을 수 있다.

길이 1.9㎞, 폭 400m의 조그만 섬에는 원래 주민 80여 명이 살았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사람들이 빠져나가더니 결국 낚시꾼만 찾는 무인도가 됐다. 이후 7년간 공사를 거친 장사도는 2011년 '장사도 해상공원 까멜리아'로 재탄생했다. '까멜리아'(camellia)는 동백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장사도에는 동백나무가 10만 그루나 있다.





◇ 붉은 동백이 마중하는 낭만적인 섬


유람선에서 내리면 동백나무, 후박나무, 소나무, 구실잣밤나무가 만들어낸 싱그러운 초록빛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애기동백은 분홍빛 꽃잎을 활짝 열고 마중을 나왔다.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비탈을 400m쯤 오르면 중앙광장. 그곳에는 '바다·섬·여인'이란 조각상이 누워 있다. 맞은편 바다 너머에는 조각상과 꼭 닮은 여자가 누워 있는 형체의 섬인 '미인도'가 떠 있다.

조금 발걸음을 옮기면 죽도국민학교 장사도 분교가 나온다. 교실 건물은 그대로지만 운동장은 다양한 모양의 분재가 전시된 공원으로 꾸며졌다. 운동장 한쪽에는 그 옛날 말뚝박기 놀이를 하던 아이들을 형상화한 동상도 있다. 교실 앞쪽에는 2014년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장면이 담긴 안내판이 서 있다. 장사도는 드라마에서 순간 이동한 외계인 도민준(김수현)과 배우 천송이(전지현)가 사랑을 확인하는 장소로 나온다.

분교를 나와 동쪽으로 가면 빨간색 화사한 무지개다리가 나타난다. 수려한 바다 전망이 내다보이는 다리에선 방문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발걸음을 한 번씩 멈추고 지난다. 다리를 건너면 '달팽이' '승리' '다도'란 이름이 붙은 전망대가 연이어 나타난다. 그곳에선 섬에서 바라보는 세 가지 다른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볼거리 다채로운 초록빛 산책로



다도전망대를 뒤로 하고 다시 무지개다리 방향으로 가면 길은 다리 아래로 이어진다. 다리 밑에는 장사도해상공원 개발 과정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길은 이제 온실로 이어진다. 시원스런 바다 풍광이 펼쳐지는 산책로에는 연인들의 기념촬영을 위해 커다란 흰색 하트 조형물 두 개도 설치됐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트가 어우러진 풍경은 무척 낭만적이다.

오줌 누는 소년상이 있는 인공폭포를 지나 온실로 들어서면 초록 빛깔 싱그러운 온대식물과 다양한 빛깔과 모양의 꽃들이 방문객에게 완연한 봄 분위기를 전한다. 온실을 돌아 나와 산책로를 따라가면 옛날 주민이 살았던 집을 깔끔하게 단장한 '섬아기집'이 나온다. 마루에 앉아 잠시 쉬어가도 좋을 것 같다.

섬아기집 인근에는 장사도의 상징인 동백 터널이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두 주인공이 대화를 나누면 예쁜 공간이다. 드라마에서처럼 붉은 동백꽃이 바닥을 장식할 정도는 아니지만 해가 잘 드는 가지에 매달린 동백꽃의 우아한 자태는 꽤 매력적이다.







◇ 자연 친화적으로 개발된 공간



길은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공연이 진행되는 부챗살 모양 야외공연장으로 이어진다. 1천 석 규모 관객석 맨 뒤편에는 김정명 작가의 조형작품 '머리12'가 서 있다. 커다란 청동 두상 12개는 종교, 성(性), 12지, 상(賞), 건물, 브랜드, 쓰레기 등 12가지 주제로 꾸며졌다. 주제별로 다양한 형상을 결합한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의미를 찾는 재미가 있다. 인근에는 방문객이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빨간 우체통을 설치해 놓았다.

야외공연장을 빠져나가면 정말 조그만 예배당을 만나게 된다. 1973년 장사도 분교 교사가 세운 교회다. 주민 80여 명 중 70명이 이 교회를 다녔다고 한다.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 바다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음료나 커피, 음식을 즐긴 후 마지막 방문지로 찾는 곳은 야외갤러리다. 산책로 여기저기에서 흥미로운 조형작품을 감상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장사도는 자연 친화적인 섬이다. 산책길은 원래 주민이 사용하던 것이고 필요한 건물은 공터에 지었다고 한다. 장사도를 돌아보려면 가방을 타고 온 배에 두고 가야 한다. 음주와 취사로 인해 섬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3월호 [커버스토리]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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