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대법원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발동 권한과 관련한 '역사적' 판결을 놓고 재판부를 공격하는 것은 법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는 9월 퇴임을 앞둔 대법원장 누버거 경은 16일(현지시간) 영국 방송 BBC에 출연해 특정 언론과 정치인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법관들이 분명히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나온 것들은 법질서를 훼손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고등법원이 정부가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유럽연합(EU)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고 탈퇴 협상을 개시하려면 상·하원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영국 일부 언론들은 국민투표로 결정된 브렉시트를 되돌리려는 판결이라고 재판부를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일간 데일리 메일은 재판관 3명의 사진을 톱 사진으로 싣고 '국민의 적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판사들 VS 국민'이라는 제목을 달고 재판부가 국민의 결정을 뒤집었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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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브렉시트파 정치인들도 고법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고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법원은 두 달 뒤 고법 원심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누버거 경은 고법 판결이 나온 이후 정치인들이 법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부족한 것으로 느꼈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고법 판결 이후 더 신속하게 더 분명하게 재판부와 법질서를 옹호하는 목소리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정치인이든 판사든 우리는 모두 경험으로 그런 사건 이후에는 비난이 쉽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그들이 알았던 모든 분별 있는 이들로부터 예상치 않았던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질서는 민주주의와 함께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두 기둥"이라며 "따라서 좋은 의도가 없다면 언론이나 누구든 재판부를 훼손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훼손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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