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인도될 김정남 시신, 이름 없는 묘비 아래 묻히나

입력 2017-02-16 18:48   수정 2017-02-16 18:59

北에 인도될 김정남 시신, 이름 없는 묘비 아래 묻히나

전문가 "북한, 교도소 사망자처럼 땅만 파고 시신 묻을듯"

살아서 못 갔던 북한땅, 죽어서 가지만 장례식 '언감생심'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난 13일 피살된 김정남(46)의 시신을 북한에 인도한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북한 당국이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김정남의 시신 인도 문제와 관련, "어떤 외국 정부라도 요청하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자히드 부총리가 한 행사에서 북한이 말레이시아 측에 시신 인도를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밝혀 그의 발언은 시신을 북한에 인도할 계획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김정남이 여성 두 명으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고 숨진 직후부터 시신 확보에 비상식적인 집착을 보여왔다.

살인사건으로 숨진 외국인의 시신은 부검을 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지만, 북한은 부검도 하기 전에 시신을 인도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이 약 7시간이나 걸린 것 역시 막판까지 부검 여부를 놓고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과 말레이시아 경찰 측이 옥신각신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은 진상 규명을 위한 부검 없이는 시신을 인도할 수 없다며 북한의 요구를 일축했다.

북한이 시신 인도를 줄기차게 요구한 것은 암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점을 감추려는 '증거인멸' 목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고지도자의 이복형이 피살됐는데도 시신 인도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가 '북한 소행'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 당국이 김정남의 시신을 넘겨받는다면 제대로 된 장례절차 없이 조용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대다수 북한 전문가는 점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주민들은 김정남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며 "북한 당국은 매체 등을 통해 (시신) 인도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장례식을 하더라도 조용하게 치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탈북자 출신 김영희 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은 "북한 내에서 김정남이 가진 직책이 전혀 없어서 암살이 사실이라면 북한 당국은 교도소 내 사망자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땅만 파서 시신을 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에 지국을 두고 있는 AP통신은 15일 "북한에서는 김정은에게 이복형이 있다는 사실조차 아는 이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아직 김정남 사망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어려서 '황태자'로 성장했던 김정남은 해외를 외롭게 떠돌다 이국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은 데 이어 사망 후 고국으로 돌아가서도 이름도 없는 묘비 아래 묻힐 공산이 커졌다.

anfou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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