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 "러와 힘으로 협상할 것" vs 러 국방 "힘 앞세운 대화 전망없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고조됐던 미-러 관계 개선 기대가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국방장관이 날선 설전(舌戰)으로 기 싸움을 벌였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러시아에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여전히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 복원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스스로의 기대에 대해 현실적이다"면서 "우리 외교관들이 러시아와 힘을 내세워 협상하는 것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가 스스로의 가치를 포기하면서 러시아로 하여금 행동을 통해 이 자리에 참석한 누구보다(나토 회원국들보다) 더 크게 얘기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토는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러시아가 국제법에 어긋나게 행동하려고 할 경우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을 위해 무조건 양보하지 않고 불법적 행동에는 힘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러시아 국방장관도 곧바로 응수에 나섰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16일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해 논평하며 "러시아 국방부는 미 국방부와 협력을 복원할 준비가 돼 있지만 만일 러시아와 힘을 내세워 대화를 하려 한다면 그러한 시도는 전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과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 간 회담에서 미 국방부의 해명을 듣길 기대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 양국에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정권에서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했던 두 나라 관계가 친러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 집권으로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었다.
하지만 양국 갈등의 배경이 된 핵심 현안인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의 대(對)러 제재 문제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진전된 양보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관계 복원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를 돌려주지 않는 한 대러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러시아는 자국 영토가 된 크림 반환은 있을 수 없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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