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회견…시종 당당·평온·다정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지난해 6월 불륜 논란에 휩싸인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16일 낮(현지시간)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장편 공식경쟁 부문에 오른 홍 감독의 작품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 시사회 후 열린 기자회견장에서다.
[https://youtu.be/-9zYAczuxtw]
이 작품은 장편 공식경쟁 부문 18편 중 하나로 뽑혔고 김민희가 역할 한 작중 '영희'가 유부남 영화감독과 불륜의 사랑을 하면서 번민하는 내용의 스토리라인이다.
흰 셔츠에 검정 니트 차림의 홍 감독과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김민희는 시종 다정한 모습을 보이며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특히, 홍 감독은 내내 영어로 대답을 이어가면서 영화 내용에 관한 질문의 취지를 김민희에게 자상하게 더러 부연했다. 또한, 앞서 포토타임 때 사진 포즈를 취하면서는 김민희의 허리춤에 손을 얹어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홍 감독은 이 영화가 감독 자신의 이야기냐는 물음에 "감독마다 소재 채택의 정도가 다르기는 하다"면서도 "자(서)전적인 영화를 찍으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다만, "감독은 자기 삶의 일부분을 활용한다"고 전제하고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년) 이후 개인적인 발언을 하고 싶어졌다"면서 자신의 경험과 희망하는 메시지가 영화에 투영돼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유추하게 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홍 감독과 김민희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고, 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이해가 깊어졌으며 이후 불륜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홍 감독은 하지만 '영희'의 입을 통해 유부남 감독과 영희의 '사랑'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왜들 가만히 놔두질 않는 거야. 왜 난리들을 치는 거야"라고 항변하는 쇼트 같은 것이 또한 본인이 처지를 빗대어 하고 싶은 말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질문에 "내 개인적인 진술(영화 속 인물들의 언급)이 누구에게나 진실일 수는 없는 것이다"라며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홍 감독은 또한, '영희'의 영화 속 대사 작업 과정 등에 관한 질문에는 자신이 김민희 씨와 "친밀한 사이"라고 밝히면서 서로의 생각이 혼합된 것이라고 했다.
김민희는 '영희'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만약 진짜 사랑이 있다면 어떤 태도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알아가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그런 인물의 상태를 '지혜로워지는 것'으로 해설함으로써 마치 인물과 자신의 경험이 혼재된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김민희는 아울러, 촬영 기간 산만한 것이 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그런 것은 없었다"고 잘라 말하고 "감독님과의 작업은 항상 신선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은 오는 19일 영화제 폐막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 상영되며, 이날 기자들에게 사전에 공개돼 러닝타임 101분 동안 객석을 꽉 메운 기자 등 미디어 관계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종영 후 객석 곳곳에선 작지 않은 박수 소리가 들렸다.
작품에는 김민희 외에 정재영, 문성근, 안재홍, 서영화, 권해효, 송선미 등이 출연했다.
홍 감독은 앞서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이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베를린영화제는 칸,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며 경향적으로 당대의 정치, 사회적 의제를 담대하게 직시하고 질문하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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