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조율' 의심 발언…최태원 SK 회장 사면 미리 파악한 정황도
정부 연구용역 예산 36억 챙기려한 정황도 녹취록에 포함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전명훈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씨의 최측근이었다가 갈라선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와 그 지인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모의해 폭로하고 언론에 대응하는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16일 법조계와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과 녹취록에 따르면 고씨와 지인들은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기 전에 자신들이 아는 정보를 언론에 전하는 방안을 얘기하는 등 '언론 보도 조율'로 보이는 내용을 논의한 사실이 파악됐다.
고씨는 2016년 6월 13일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와 통화하면서 "김종하고 관련된 거, 그걸 찾아서 그 회사 좀 가르쳐 달래. 이름을 모른다고. 몇 개만 던져주면 되지 뭐"라고 얘기를 나눈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을 취재하는 기자를 상대로 자신들이 아는 내용을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 내용을 조율하고 상의하는 취지로 보이는 발언도 녹취록에 나온다.
고씨는 "'사람들이 다 피해를 본다. 그건 좀 그러니 이것만 뺍시다'라고 얘기하려고 하는 거야. 다른 걸 드릴게요"라고 말하고, 김씨는 "형이 준비하고 있는 게 있으니까 그것만 해서 제가 안 나오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얘기하면 될 거 같아요"라고 말한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의혹 폭로를 모의·연출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 대목도 있다.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는 지난해 7월 4일 고씨 측근인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과 통화하면서는 "소장(최순실)은 이미 지는 해고, 박근혜는 끝났다고 보는 거예요. 근데 걔한테 받을 게 뭐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없다니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씨 일행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면과 관련한 정보를 공식 발표 전에 미리 알고 있었던 정황도 있다.
당시는 고씨가 최순실 씨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던 시기여서, 고씨가 최 씨로부터 사면 정보를 미리 들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녹음파일과 녹취록에 따르면 2015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 발표가 나기 이틀 전, 고씨는 측근인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와의 통화에서 "최태원이 먼저 나오고 회장을 바꾸는 체계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사면 정보를 미리 알고 SK그룹 회장 인사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대화 내용은 최근 공개된 고씨와 측근의 대화 녹음 파일에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13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단행한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재벌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포함됐다.
또한 김수현 씨가 2015년 1월30일 측근들과 나눈 대화 녹취록에는 36억원짜리 문체부 연구용역 과제 선정과 관련해 "36억이야, 너 36억이 적어? 어? 한방에 해결하고 노잣돈 만들어서 딴 사업을 또 할 수 있는 거야. 내가 관광국장하고 쇼부(합의) 볼 수 있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는 고씨의 지인들이 정부 예산을 빼내려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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