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마니 풀리테' 25주년…"끝나지 않은 부패와의 전쟁"

입력 2017-02-17 03:00  

伊 '마니 풀리테' 25주년…"끝나지 않은 부패와의 전쟁"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사회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대대적인 부패 수사 '마니 풀리테'(Mani Pulite)가 태동한 지 꼭 25년이 됐으나 부패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라 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주요 언론은 '마니 풀리테'의 신호탄이 울린 지 25주년 되는 날인 17일 '마니 풀리테'의 의미를 되짚는 기사를 일제히 실었다.

이탈리아어로 '깨끗한 손'을 의미하는 마니 풀리테는 1992년 2월17일 밀라노 검찰청의 강직한 젊은 검사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가 사회당의 관리 마르코 키에사를 700만 리라(약 425만원) 수뢰 혐의로 전격 체포하며 막이 올랐다.






이후 약 2년의 기간 동안 4천500여 명의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가 기소되고, 이 가운데 1천20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국회 의원의 절반이 기소되는 사정 쓰나미 속에 기세등등했던 기독민주당, 사회당이 몰락하며 이탈리아 1공화국이 막을 내리는 등 '마니 풀리테'는 이탈리아 정치 지형을 급변시키고, 부패에 대한 사회적 자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세계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며 '마니 풀리테'는 수사 기관이 주도하는 반부패 운동을 뜻하는 보통 명사로 세계 각지에서 통용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으나 정작 이탈리아는 '마니 풀리테'의 교훈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라 레푸블리카는 지적했다.

이 신문은 "25년이 지난 오늘에도 부패 문제는 여전히 공고하다"며 "정치 자금은 아직 투명하지 않고, 정당들이 공공 재원에서 몫을 챙기는 행위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마니 풀리테'의 도화선을 당기며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디 피에트로 전 검사 역시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부패라는 암덩어리에 차도가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마니 풀리테'가 한창일 때 대중이 경찰과 도둑 사이의 전투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늘날엔 서로 다른 도둑 무리 간의 전쟁을 목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제투명성기구(TI) 이탈리아 지부의 비르지니오 카르네발리 대표 역시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며 "요즘에도 조직 범죄가 여전히 많은 부패 사건의 배후에 있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보다는 그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더 손쉽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이탈리아는 재벌 출신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집권한 약 20년의 기간 동안 정치와 경제의 경계가 느슨해지며 TI의 국가별 부패 지수에서 후퇴,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근래 들어서는 과거와 같은 대규모 부패 추문은 없지만 2014년 말 수도 로마 시정에 조직 범죄단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각종 공공입찰에서 이권을 챙겨온 것이 드러나며 900여 명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는 등 부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탈리아에서의 부패는 가족과 친구에 대한 충성을 법 질서보다 우선시하는 정서와 깊이 연관돼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탈리아 국가반부패청(ANAC)의 라파엘레 칸토네 청장은 "TI의 투명성 지수에서 상위에 오른 덴마크, 뉴질랜드 같은 나라들은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혹독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며 "그들은 단지 시민들에게 부패와의 싸움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면 될 뿐"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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