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망명정권 추진세력과 연계 의심받아 암살돼…北 과민반응한 듯"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피살이 외국에 북한 망명정권을 세우려는 구상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일본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암살 원인으로 제기됐던 김정남의 과거 '3대세습 비판'이나 한국이나 제3국 망명설, 북한 소환불응설에 이어 아예 그가 북한 망명정권 추진 세력과 연계됐다는 의심을 받아 암살됐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17일 김정남이 망명정권을 계획하는 탈북자와 접촉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정남이 여기에 가담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아 북한 당국에 암살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 "'북한 망명정부' 김평일 옹립의 목소리가 높다"는 내용을 담은 전단이 풍선에 담겨 한국에서 북한으로 날아갔다.
이는 영국에 있는 탈북자단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정권의 붕괴후를 고려한 망명정권 구상은 지난해 미국과 유럽의 탈북자 단체에서 제기됐다.
김평일은 김정은의 숙부로 체코 주재 북한대사다. 김일성의 아들로 북한에서 절대시되는 '백두혈통'을 가진 점에서 망명정권 수반으로 거론된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김평일을 경계해 2014년말에는 감시를 위해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부) 간부를 체코에 파견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의 후계구도에서 패한 뒤 그는 30여년간 동유럽 대사를 전전하던 터였다. 김평일은 김정은의 견제에도 눈에 띄는 반응을 하지 않는 등 몸을 낮췄다.
지난해에는 평양에 일시 귀국해 대사관 업무 개선 방안을 건의하는 등 김정은 정권에 최대한 공손한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탈북자단체 관계자가 차선의 후보로 접촉한 사람이 김정남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김정남은 김평일과 달리 김정은 정권의 여러차례 귀국 지시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망명정권 연루설이 제기되면서 결국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는 덧붙였다.
오사카(大阪) 간사이(關西)대 이영화 교수는 "망명정권은 구상에 지나지 않는데 북한 당국이 과민반응해 암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김원홍 북한 국가안전보위상이 해임된 것도 김정남과 탈북자의 접촉을 제때 파악해 보고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케이신문에 앞서 지지통신도 지난 15일 김정남의 암살이 그에 대한 북한 망명정권 간부 임명설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김정남과 여러차례 대면 및 이메일 접촉을 했던 고미 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편집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남은 북한에 대한 관심은 있어도 (자신은) 역부족이라고 생각한 듯하다"고 말해 그의 북한 망명정권 연루 가능성을 낮게 봤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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