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통영 '흉물' 조선소 크레인 언제 사라지나

입력 2017-02-20 09:00   수정 2017-02-20 09:31

[지역이슈] 통영 '흉물' 조선소 크레인 언제 사라지나

시 "안전 문제 시 철거"…휴·폐업 조선소 "재가동 기대"

건설사 개발 눈독…"아파트는 안돼…공영개발" 여론

(통영=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경남 통영시 조선소 밀집지역인 도남동에서 20여 년째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71) 씨는 "몇 년 전 조선소가 문을 닫은 후 동네에 인적이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소 경기가 한창일 때 도남동 일대는 불야성을 이뤘는데 지금은 썰렁하기 그지없다"면서 "하루에 담배 한 보루 팔기도 어려워 장사를 접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늘 높이 치솟은 조선소 크레인을 보면서 "흉물"이라며 "크레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크레인이 무너지면 큰 피해가 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때 통영 지역경제를 이끌었던 조선소가 불황으로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도남동 조선소 밀집지역에 있는 27개의 크고 작은 크레인은 진작 가동을 멈췄다.

지역경제의 '효자' 노릇을 해 온 조선소 크레인이 이제는 관광 통영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흉물'이 되고 있다.

통영시민들뿐만 아니라 통영을 찾은 관광객들은 가동을 멈춘 크레인을 하루빨리 철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남동 일대가 관광단지로 지정된 만큼 휴·폐업 조선소에 대한 정비와 개발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도남동 한 시민은 "조선 경기 불황으로 조선소들이 휴·폐업 상태에 있으니 시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크레인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을 생각해 지난해 12월 도남동 3개 조선소에 대해 대대적인 안전진단을 했다.






당시 시는 이들 3개 조선소에 공문을 보내 "3~4년 전부터 가동이 중단된 크레인들이 해풍과 염분에 의해 노후화되면서 강풍 등 기상악화 시 붕괴에 따른 대형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조선업체 해진의 경우 소유 크레인이 인근 주택가와 수산업체 상공에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면서 "가동하지 않으면 조속히 철거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 관계자는 "바닷가에 있는 크레인이 오랜 기간 가동을 하지 않게 되면 부식 속도가 빨라져 안전사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시를 비롯해 안전보건공단 경남지사,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 등이 안전진단에 참여했다.

당시 안전진단에서 당국은 한국야나세 통영조선소와 신아sb와 해진을 찾아 구조물 부식 및 노후화 정도, 볼트 등 고정 상태, 크레인 이외의 안전시설물 안전상황 등을 둘러봤다.

붕괴 등 재난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판단되는 크레인은 업체와 채권단 등 관리주체에 통보해 안전시설물 설치 등에 즉각 나서도록 할 방침이었으나 결과는 '양호'로 나타났다.

당장 철거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만 가동을 오랫동안 하지 않을 경우 바닷바람을 맞아 부식 등이 빨라질 수 있어 해당 조선소들에 자체 안전점검을 수시로 하도록 당부했다.

안전점검 대상 크레인은 신아sb가 14개로 가장 많고 야나세 8개, 해진 5개다.

시 관계자는 "크레인의 경우 사유재산으로 묶여 있는 데다 긴급히 정비해야 할 만큼 사정이 급박한 게 아니다"면서 "지금으로써는 조선소들이 유지 관리를 잘하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사시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에서 즉각 조치할 것이고 시도 재난관리법 등을 토대로 철거 명령 등 행동을 신속히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진 관계자는 "2012년부터 크레인 가동이 멈췄다"면서 "하지만 조선 경기가 살아나 재가동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크레인과 시설물 안전점검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소 크레인 철거 움직임이 일자 한 건설회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 부지가 관광단지 안에 들어가 있어 시의 마지막 남은 개발 최적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회사는 도남동 일대 크레인을 철거하고 조선소 용지를 정리해 아파트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조선소를 둘러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조선소 부지는 모두 7만여 평에 달한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도남동 조선소 부지를 '공영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건설회사가 이익만을 염두에 두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다면 또 다른 도심의 흉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영항 앞바다와 어울리는 '친수 공간' 개발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시민 정모(57) 씨는 "도남동이 통영 케이블카와 루지 등 관광지로 가는 길목이므로 관광지에 걸맞게 공영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조선 3사가 대부분 휴업이나 조업 중단 상태에 있고 일부는 채권단이 청산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누가 먼저 나서서 크레인 철거의 결단을 내릴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 경제계 한 인사는 "통영 지역경제의 절반을 조선소가 차지했던 과거는 이제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관광도시 통영으로 면모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더라도 조선소와 크레인을 하루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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