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후보는 논의도 못해…위임장으로 정족수 채워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김동현 기자 = 해체 위기에 처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7일 오전 11시 30분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30분만에 끝났다.
4대 그룹 등 주요 회원사가 대거 불참했고, 오는 24일 정기총회에서 결정될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에 대해선 아예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전경련 이사회는 작년 사업 결산, 올해 사업계획·예산·회비 등 정기총회에 올라갈 안건을 의결하는 자리다.
하지만 전경련 조직의 앞날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이날 이사회에서는 올해 사업계획조차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지난해 결산 정도만 안건으로 소화하는 선에서 이사회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안은 잠정안으로 처리했고,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후임 회장을 선출한다는 원론적인 안건이 관례에 따라 통과됐다.
비공개로 열리는 전경련 이사회는 예년의 경우 150여 곳이 참석 대상이다. 과반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의결 요건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 LG[003550], SK, 공기업 등이 잇따라 탈퇴하면서 참석 대상이 100여곳으로 줄었다.
그나마 이날 이사회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을 비롯해 서용원 한진그룹 대표,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 등 50여 회원사만 직접 참석했다. 전경련 회장단 중에서는 허 회장 외에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유일하게 모습을 보였다.
다만 허 회장은 평소와 달리 취재진을 피해 정문 옆 출입구를 이용해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그 외 나머지 회원사 30여개사는 위임장을 내는 형태로 정족수를 채웠다.
이날 회의에서는 관심을 모았던 후임 회장 선임건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까지 사퇴하겠다고 밝힌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이사회에서 후임 회장 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경련 관계자가 전했다.
전경련은 정기총회 개최까지 후임 회장을 영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경련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주요 후보군 대부분이 고사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쇄신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어차피 쇄신안은 후임 회장 등 새롭게 꾸려질 지도부가 참고할 안건이라 이날 미리 논의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지난해 말 외부 회계법인에 쇄신안 용역을 맡겼고 현재 기본적인 윤곽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새로운 회장을 구해서 강도 높은 쇄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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