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연간 매출 30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집단 삼성그룹이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를 맞았다.
병상에 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3년째 삼성그룹을 이끌어온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7일 새벽 전격 구속되자 전 세계 50만 명의 삼성 임직원은 선장을 잃은 셈이 됐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도 이날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은 이 부회장 구속 2시간 만에야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입장 자료만 낸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삼성 임원은 "이 부회장의 구속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준비해놓은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 말 그대로 '멘붕'"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경제단체들도 이 부회장의 부재에 대한 깊은 우려감을 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는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경총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부진 속에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안보위기 고조 등 크나큰 대내외 악재에 가로막혀 있다"며 "이런 악조건 속에서 우리나라 최대기업인 삼성전자 이 부회장의 구속이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이 여파는 한 기업인의 구속과 기업 이미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전체 기업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고 기업가정신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신들도 앞다퉈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을 타전했다.
AP통신은 "한국 법원이 대규모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뇌물 등의 혐의를 받는 삼성 후계자의 구속을 승인했다"고 보도하면서 그의 구속이 한국 재계에 충격을 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온라인판을 통해 삼성의 '사실상 리더'인 이 부회장이 한국의 정·재계를 뒤흔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낳은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전했다.
삼성은 조만간 주요 계열사 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장단 인사나 조직개편 등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매년 3월에 해온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도 언제 시행될지 불확실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공식화한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도 탄력을 잃게 됐다. 애초 6개월 이내에 로드맵을 그린다는 계획이었으나 총수의 부재로 오는 5월 전에 밑그림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작년 12월 청문회 때 약속한 미래전략실 해체도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 미래전략실마저 해체해버리면 그룹을 이끌 사령탑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보석이나 재판으로 풀려날 때까지 계열사 현안은 각사 전문경영인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굵직한 사안의 경우 관련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간 협의 등을 통해 풀어 나가고, 그룹 전반에 걸친 현안은 CEO 집단협의체 운영을 통해 논의해나가는 방식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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