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난 투머치토커니까…후배들에게 잔소리도 해야죠"

입력 2017-02-17 11:03   수정 2017-02-17 18:00

박찬호 "난 투머치토커니까…후배들에게 잔소리도 해야죠"

"WBC 출전하지 못한 빅리거들도 한국 경기보며 자부심 느낄 것"




(우루마<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난 투머치토커(말을 많이 하는 사람)니까, 잔소리도 할 생각입니다."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44)의 한 마디에 폭소가 터졌다.

JTBC 해설위원으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중계하는 박찬호 위원이 17일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 구시가와 구장을 찾았다

김인식 감독 등 WBC 코칭스태프와 인사를 나누고, 선수들과도 반갑게 손을 잡은 박 위원은 "2006년에도 대표팀이 약하다는 얘길 들었지만 미국, 일본을 꺾고 4강까지 갔다"며 "우리 대표 선수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서로를 믿고 (2라운드가 열리는) 일본과 (준결승, 결승이 열리는) 미국까지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WBC와 인연이 깊다.

2006년 제1회 WBC에 참가해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다. 당시에도 대표팀을 지휘한 김인식 감독은 "박찬호가 선발, 마무리를 오가며 좋은 활약을 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2009년 WBC에는 새로운 팀 필라델피아 필리스 적응 문제로 WBC에 나서지 못했다. 당시 박 위원은 WBC 불참을 알리며 눈물을 쏟았다.

박 위원은 WBC에 출전하는 영광과 WBC에 출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2006년에 태극마크를 달고 4강까지 진출하면서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 2009년에는 정말 아쉬웠다"며 "하지만 WBC에 출전하지 못해도 자긍심을 느꼈다. 2009년 한국이 선전하면서 준우승을 이룰 때 팀(필라델피아) 라커룸에서 메이저리그 동료들의 축하를 많이 받았다. 나도 경기를 보며 응원했고, 후배들의 선전에 감격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WBC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한국인 메이저리거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팀 반대로 WBC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등 후배들을 격려했다.

박찬호는 가장 많이 메이저리거를 상대한 한국인이다. WBC에서 빅리거들과 맞설 후배들에게 할 말이 많다.

그는 "강한 상대를 꺾을 때 더 큰 희열을 느낀다"며 "빅리거들도 삼진을 당한다. 1회 WBC 때 우리도 빅리거로 구성한 미국, 일본, 멕시코를 꺾지 않았나. 강하게 맞서는 것보다 정확하게 승부하는 게 답일 수 있다. 힘이 센 타자도 정밀한 투수를 이길 수 없다"고 조언했다.

박 위원은 2013년 WBC에서 해설위원으로 나섰다. 당시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박 위원은 "'차라리 내가 투수로 등판해 얻어맞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정말 안타까웠다"며 "당시 대회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마음이 우리 대표팀에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조언할 계획이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승리를 확정하는 공을 던지고, 김태균(한화 이글스)이 홈런을 치는 장면을 보고 싶다"고 말한 박 위원은 "내가 투머치토커 아닌가.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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