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앱으로 살펴보니 부산 주변 상공서 빙글빙글
운항금지시각 풀릴 때 비행기 몰리자 '시간 때우기'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새벽 비행기를 타본 사람들은 "멀미나더라"는 말을 종종 한다.
비행기 동체가 크게 기울어졌다가 바로 되기를 몇 차례, 비행기가 공항 주변을 빙빙 도는 것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럴까.
비행기가 움직인 경로를 보여주는 위치추적 앱(플라이트 레이더24)을 통해 확인해봤다.
사진은 홍콩에서 출발해 지난 13일 오전 6시께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한 한 항공사 비행기의 경로다.
목적지인 김해공항을 살짝 지나쳐 부산 앞바다까지 간 뒤 작게 한번, 좀 더 크게 한번 2차례 선회비행을 하더니 공항으로 들어갔다.
다음날에도 이 항공기의 새벽 경로를 확인해봤다.
다음날은 통영 인근까지 힘차게 날아오던 비행기가 갑자기 김해로 올라갔다가, 다시 거제 앞바다로 내려와 김해공항으로 가는 '구불구불' 경로를 택했다.
혹시 원래 항로가 이렇게 생긴 것은 아닐까.
새벽 도착 비행기가 아닌 오후 도착 비행기의 경로를 찾아봤다.
아래 사진처럼 경로가 '쭉 뻗어' 일직선에 가깝다. 원래 항로가 구불구불하고, 빙글빙글 도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비슷한 현상은 다른 항공사 비행기에도 예외 없이 나타났다.
밤사이 미국령 사이판에서 날아와 지난 13일 오전 6시 30분 김해공항에 도착한 한 항공사의 비행기도 부산 앞바다에서 10여 분간 선회비행을 했다. 비슷한 시각 도착한 필리핀 세부발 김해공항행 비행기 궤적도 복잡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상은 오전 6시부터 8시 사이의 항공편에만 주로 나타났다.
다른 시간대 비행기는 선회하는 경우를 찾기 어려웠다.
비행기 경로를 보니 새벽 시간 "멀미난다"는 승객들의 불평이 이해할 만하다.
왜 이렇게 운항하는 것일까.
한국공항공사는 김해공항이 24시간 운영되는 인천국제공항과 달리 '운항 제한시간'이 있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개펄을 메워 만들어 주변에 민가가 없는 인천국제공항과 달리 김해공항 주변에는 720여 가구 주민들이 거주한다.
항공기 이착륙 때 발생하는 소음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항공기가 공항을 이용할 수 없다.
새벽에 도착한 비행기가 김해공항 주변에서 선회비행을 하는 것은 공항이 문을 여는 오전 6시까지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항이 문을 연다 하더라도, 새벽 시간은 항공사들이 취항을 가장 원하는 시간 때라 항공기가 북적인다.
많은 비행기가 대기하고 있다 보니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항공사의 관계자는 "'3박 5일' 여행 프로그램처럼 짧은 주말을 이용해 알찬 여행을 즐기면서도 숙박일수를 줄여 경비를 절감하려는 관광객들이 많아 새벽 도착 비행기에 대한 수요가 매우 많다"면서 "공항이 문을 열기까지 정체돼 있던 비행기들이 순차적으로 착륙하기까지 선회비행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승객들이 불편함을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대별로 잘 배분된 이착륙 스케줄에 맞춰 항공기가 도착하면 혼잡이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항공사 측은 비행기가 날씨와 기류변화에 따라 길게는 앞뒤로 30분가량 도착 시각이 차이 나기 때문에 혼잡 시간에는 비행기 도착이 겹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와 부산지방항공청은 김해공항의 운항 제한시간을 줄이려고 한다.
급증하는 항공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시간 더 빠른 오전 5시부터 공항 문을 열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현영 한국공항공사 본부장은 18일 "새벽 비행기는 주로 착륙 항공편만 있는데 착륙 때 소음은 이륙 때 소음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소음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올해 1천500만명에 가까운 승객들이 김해공항을 이용한 만큼 이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운항제한 시간 단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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