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명'에도 여론은 '싸늘'…'反삼성 정서' 숙제로

입력 2017-02-17 15:37   수정 2017-02-17 16:38

기업 '비명'에도 여론은 '싸늘'…'反삼성 정서' 숙제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구속된 17일 삼성그룹은 물론 재계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여론은 시큰둥하다.

이른 새벽 전해진 재계 1위 삼성의 총수 구속 소식에 온라인상에는 순식간에 글이 쏟아졌다.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걱정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의가 살아 있다"는 환호와 "사필귀정"이라는 취지의 평가가 눈에 많이 띄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 분노와 함께, 반복된 정경유착의 역사와 재벌에 관대했던 사법당국의 판결 등에 대한 정서가 반영된 것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한달 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는 반대의 반응이었다.

'재벌 봐주기', '삼성 예외주의'라는 날 선 표현이 등장했고, 담당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번지기도 했다.

촛불 민심도 삼성으로 향했다. 매주 토요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도 열려 '이재용 구속'을 외쳤다.

"그룹 총수의 유고 시 '경영 공백'이 올 수 있다"는 삼성과 재계의 우려를 '협박'에 불과하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삼성을 둘러싼 해묵은 문제까지 재등장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삼성전자 노동자의 백혈병 피해에 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전북도의회는 삼성의 새만금투자 계획 철회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백혈병 사태 발발 8년 10개월 만인 작년 1월 가까스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는 삼성전자는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상황 자체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미 2006년 'X파일' 사건,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 등으로 홍역을 치른 뒤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에 힘써왔던 삼성은 차가운 여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전히 '억울하다'는 반응과 함께, 우호적 여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데 대한 때늦은 아쉬움도 나왔다.

사건 초창기 각종 의혹 제기에도 말을 아끼던 삼성이 적극 해명하는 쪽으로 자세를 바꾼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의혹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져 여론이 악화하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판단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각종 쇄신안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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