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고급 와인이 투자 수단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1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주식 시장의 상승세가 머지않아 끝날 것으로 본 투기 자금이 몰린 덕분에 고급 와인의 가격은 2011년 10월 이후 최고치에 도달한 상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고급 와인과 이를 금과 같은 투자수단으로 취급하는 펀드들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에서 운영되는 와인 인베스트먼트 펀드의 매니저 크리스 스미스는 "양호한 거시경제 여건, 공급의 압박, 활발한 수요가 와인 시장을 계속 움직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대부분의 바이어에게 와인 가격은 역사적 저점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파운드화의 약세도 외국인들이 와인 거래 가격을 싸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다. 고급 와인의 가격을 반영하는 '라이브 익스 100 벤치마크 파인 와인' 지수는 파운드화를 표시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와인 가격이 랠리를 벌일 당시에 와인을 과다하게 매수한 이후 5년 동안 손실을 보았던 중국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온 것도 와인 거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정부의 사정활동 때문에 위축됐던 중국의 와인 수요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와인·양주 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와인 수입액은 지난해 1~9월에 21%가 늘어난 16억6천만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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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호재에 힘입어 라이브 익스 100 지수는 지난 14개월 동안 줄곧 올라 2010년 6월 이후 최장기의 상승국면을 기록하고 있다. 이 지수는 지난해 25%가 올라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의 상승률 19%를 웃돌고 있다.
와인 인베스트먼트 펀드의 스미스 매니저는 지수가 앞으로 18% 더 상승해 2011년 중반의 고점을 찍을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펀드는 지난해 17%의 투자 수익을 내 순자산 가치를 2억4천800만 파운드(3억1천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지중해 몰타에 자리를 잡고 1천만 유로의 자산을 와인과 위스키 등에 투자하는 와인 소스 펀드는 2012년 투자에 나선 이후 순자산 가치를 32% 가량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 펀드는 그러나 여러가지 리스크가 있어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HSBC 홀딩스 프라이빗 뱅킹 사업부의 찰스 불턴 영국 시장 부장은 이들 펀드가 노련한 투자자들을 고객으로 삼고 있는 데는 까닭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다수의 와인 펀드는 소규모이고 자칫 잘못되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수익을 얻는 시간도 비교적 긴 데다 변동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2008년 1억1천 유로(1억1천700만 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던 케이먼 군도의 빈티지 와인 펀드는 실적 부진으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선 탓에 2013년 문을 닫았고 그 1년 뒤에는 룩셈부르크의 노블 크뤼 와인 펀드가 역시 폐쇄됐다.
보르도 파인 와인스의 이사 1명은 와인에 투자하기로 돼 있던 자금을 말과 스포츠카, 자가용 제트기를 구입하는데 마구 쓴 사실이 드러나 영국 정부에 의해 경영 참여가 금지되기도 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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