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타격론 빈번히 거론…한미 "北 핵무장 최종단계" 인식
항모·F-22 전투기·B-1B 폭격기 등 순차 동원 고강도 압박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출범 1개월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점점 거칠고 강도 높은 수준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행정부내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최근 빈번하게 거론하는 대북 선제타격론 등 유사시 군사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기조가 대북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3월에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에 전략무기를 순차적으로 대거 출동시키는 것을 시발점으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능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군의 한 전문가가 19일 밝혔다.
북한이 지난 12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형'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한 데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위성으로 포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어 한미일의 대응 수준도 계속해서 높아질 전망이다.
우려되는 것은 북한의 전략적 도발 빈도가 잦아지면서 미국 내에서 군사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에 거론되는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 17일 서울 한국고등교육재단이 개최한 포럼 발표에서 "그동안 북한을 다룰 때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쓸 카드가 적었고,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키워왔다"며 "이제 군사나 외교 전략에서 더 많이 리스크테이킹(위험감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이 북극성 2형 발사 도발을 감행하자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은 12일 미 CBS의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트럼프 정부가 "아주 조만간(very soon) 다른 신호를 북한에 보낼 것"이라며 "이 신호는 우리가 미국의 군사력을 크게 재구축하기 시작하는 때"라고 말했다.
미국이 언제든 선제타격에 동원할 수 있는 막강한 전략무기를 아태지역에 재배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이 똑바로 인식하기 바란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정말 정말 중요한 사안(really really important subjects)"으로 표현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구사한 '전략적 인내'와 같은 대북정책 기조가 분명하게 바뀔 것을 암시해주는 발언 중 하나로 인식됐다.
우리 외교·국방부 수장들도 미국의 바뀌는 대북 기조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내에서 제기되는 대북 선제타격론에 대해 "관심은 과거보다 미 의회, 학계 등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고 일부 행정부 내에서도 그런 데 대한 검토라고 할까, 분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다음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조야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여러 옵션 중 하나로 선제타격을 거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미 외교·국방 당국자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수준이 최정점에 도달한 이상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대북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첫 양국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의 핵무장이 최종단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을 함께 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 군이 북한지역 상공에서 터트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로 연결되는 C4I(지휘통신체계)를 무력화시키는 EMP(전자기펄스)탄과 흑연폭탄을 비롯한 지상 발사대에서 상승하는 핵미사일을 즉각 요격하는 레이저무기와 같은 능동형의 신무기체계 개발에 착수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다음 달 한미연합훈련에 투입되는 전력과 규모를 보면 앞으로 미국의 대응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F-22 스텔스 전투기, B-2 스텔스 폭격기, B-1B 전략폭격기, B-52 장거리 핵폭격기, 핵추진 잠수함, 탄도미사일 요격 이지스 구축함 등을 3월부터 4월까지 진행되는 훈련에 차례로 투입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전략무기를 대거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번 한미연합훈련의 강도는 예년 수준 이상이 될 것"이라며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전력, 투입될 미국 전략무기들로 북한에 강력한 군사적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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