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학원가 이름·출신학교 내걸고 대학 합격자 광고
교육단체 "법적으로 막아야"…교육청 "현지시정 조치"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고 출신 서울대 합격', '특목고 합격자 다수', '주요 성적 우수자 명단'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의 학원가에서는 서울 주요 대학과 특목고 합격자 명단이 걸린 광고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A 학원은 건물 외벽에 2017학년도 대입 수시 및 특목고 합격자 숫자를 내세워 광고했다.
학원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소위 'SKY'를 시작으로 '대학서열'에 따른 대학교 합격자의 이름과 출신 고등학교명을 나열한 광고물이 나타났다.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을 나눠 시기별, 과목별로 우수한 성적을 낸 학생들의 점수까지 적어둔 게시판도 있었다.
B 학원은 아예 건물 이용객들이 오가는 복도에 대학 합격증서를 모방한 광고물을 걸어놨다.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한 듯 학생 이름 중 중성을 빼 '홍○동' 식으로 표기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인근 C 학원의 경우 외부로 돌출된 LED 전광판을 통해 학생의 실명과 출신 고등학교명을 자랑하듯 드러냈다.
입학철을 맞아 학생 이름과 출신 학교명을 내걸고 '명문대' 합격 사실을 홍보하는 학원업계의 관행이 여전해 교육청 차원의 지도·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지난달 중순부터 지난 17일까지 학원업계의 대학 합격 광고물 등을 찾는 '나쁜광고 찾기 캠페인'을 벌였다.
전국 13개 지역 학원가를 대상으로 한 이번 캠페인 기간 찾은 나쁜광고는 모두 3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쁜광고 중에는 학생의 얼굴을 드러낸 광고물, 고등학교에서 제작한 대학 합격자 숫자 현수막 등도 포함돼 있었다고 사걱세는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8월, 학원업계의 이런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인권위는 "특정 학교 합격 내용 등을 대외적으로 홍보할 경우 학교 간 서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착시키고, 입시경쟁과 사교육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과 소외를 겪지 않도록 교육감은 학원을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교육청에서는 학원의 대학 합격 광고물에 대해 '현지시정' 조치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탓이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청 차원의 점검에 나서도 교습비 초과징수, 무자격 강사 채용 등 법적 근거가 마련된 항목만 적발 가능하다"며 "대학 합격 광고물은 학원 영업활동의 한 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위가 높은 광고물에 대해서는 현지시정 조치하고 있으며, 각 교육지원청, 학원연합회, 교습소연합회 등과 꾸준히 관련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걱세 관계자는 "캠페인 과정에서 대학 합격자 현수막은 물론 성적표, 강제퇴원 명단 등도 발견했다"며 "입시경쟁을 부채질하는 광고물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학원법 개정을 통해 학원 광고물에 학생의 이름과 학교 등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며 "각 교육청은 비교육적인 광고를 규제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할 필요도 있다"고 부연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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