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밥 1인분만 더 만들어도 재능 기부"…부담없이 기부 동참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생활과 일에 지장을 주면 부담되는데 공무원들이 일일이 전달해 주니 즐거운 마음으로 기부할 수 있습니다."
빨래방을 운영하는 임내선(45·여)씨는 19일 오전 홀몸노인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이불과 두꺼운 겨울옷을 세탁하느라 분주했다. 적지 않은 양의 빨래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벌써 5개월째 10가구에 빨래 재능 기부 중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송산2동에 기존 봉사와는 좀 다른 재능 기부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주민들이 소외계층 등에 필요한 식사나 빨래 등을 해주면 공무원들이 이를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해당 사회복지시설이나 소외계층 가정을 직접 찾아가지 않고 특정한 날을 정하지도 않아도 된다. 집에서 평소처럼 생활하거나 자신의 영업장에서 일하며 재능을 기부하기 때문에 부담 역시 없다.
미용실도 운영하는 임내선씨는 2000년부터 복지시설을 찾아 미용 봉사를 펼쳐왔다. 평소 봉사에 관심이 많았던 임씨는 제일 잘할 수 있는 미용 기술을 기부해 왔다.
그러나 특정한 날을 정해 미용실을 문 닫고 봉사 활동을 나선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실제로 단골손님이 미용실을 찾았다가 "머리 해야 하는데 갑자기 문을 닫았냐"며 서운해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임씨는 지난해 8월 남편과 함께 동전 빨래방을 문 열었다. 빨래 봉사도 하고 싶었지만 거대한 세탁기를 옮긴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송산2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홀몸노인이나 장애인의 집에서 빨랫감을 수거해 오고 세탁이 끝난 이불 등을 다시 갖다 주기로 했다.
덕분에 임씨는 일에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 무료로 빨래해 주는 기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임씨는 "주변에 자신의 재능을 기부해 봉사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방법을 모르는데다가 일부러 적지 않은 시간을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며 "공무원들이 전달자가 되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부 A(42)씨는 가족들을 위해 아침밥을 지을 때 1∼2인분을 더한다. 추가로 준비한 식사를 행정복지센터에 가져다 놓으면 공무원들이 모아 소외계층 가정에 배달한다.
A씨는 "봉사단체 등에서 날을 잡아 수십 명분의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는 봉사도 필요하지만 누군가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평소 밥을 지을 때 조금 더 하면 돼 오히려 부담이 없다"며 흐뭇해했다.
일부 식당은 매일 손님상에 내놓을 밑반찬을 만들 때 소외계층에 전달할 양만큼 더 만들기도 한다.
송산2동에서는 임씨와 같은 재능 기부자를 '해피 매니저'라고 부른다. 현재까지 74명에 이르며 이들은 저마다 재능 기부에 참여하고자 스스로 나섰다.
분야는 임씨와 같은 빨래를 비롯해 밑반찬, 마사지, 이·미용, 집수리 등 다양하다.
꼭 집이나 영업장에서만 기부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마음 맞는 몇 명이 복지시설이나 소외계층 가정을 직접 찾아 이·미용과 마사지 등을 봉사하기도 한다.
송산2동 행정복지센터는 이들의 명단을 관리하며 재능 기부를 연결해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이 지역 소외계층 가정을 나눠 해피 매니저와 연결해 준다.
센터는 해피 매니저 시스템을 계속 보완 중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A씨가 밥을 더 만들어 센터에 갖다놓지만 앞으로 직원들이 방문해 가져오는 방식 등이다.
김인숙 송산2동 행정복지센터 국장은 "세금을 월급으로 받는 공무원들이 조금 더 봉사하면 누구나 생활과 일에 지장을 받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며 "해피 매니저 기부 문화가 전국으로 확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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