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글로벌 경쟁·경영정상화 등 난제 산적
해운업계 "제1 국적선사 역할하려면 상당한 시간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한진해운[117930]이 파산과 함께 끝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국내 제1 선사로 한국 해운업계를 이끌게 된 현대상선[011200]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로 한진해운이 40년간 일궈온 최고 국적 선사의 타이틀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현대상선이 넘어야 할 산이 많고 해운업계 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자산을 인수한 현대상선을 세계 5위의 해운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해운업 장기불황이 계속되고 현대상선은 여전히 경영정상화를 향해 고군분투 중이라 한진해운을 대신해 해운업계를 끌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 이전에도 이미 규모나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현대상선이 열세에 놓여있었는데 해운업 장기불황에 경영정상화 단계에 있는 현대상선이 제1 선사로서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려면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기 전이던 작년 6월 기준 현대상선의 선복량(적재능력)은 40만257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로 한진해운의 62만5천416TEU와 20만TEU 넘게 차이가 난다.
현대상선의 글로벌 선복량 순위도 한진해운(8위)보다 여섯 계단 낮은 14위였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물량을 일부 흡수하면서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45만5천859TEU, 순위도 13위로 오르긴 했지만 글로벌 선사들과의 격차는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선박 공급 과잉으로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해운시장의 전망이 올해도 밝지 않아 우려를 더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개시로 한때 세계 6위였던 한국 해운업이 휘청하면서 작년 8월 기준 106만TEU였던 컨테이너 수송력이 12월에는 51만TEU까지 떨어지며 반토막났다.
모항이던 부산항은 물동량이 급감했고 밀린 대금을 받지 못한 이 일대 중소 협력업체들은 400억원대의 피해를 봤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부재가 곧바로 우리 해운업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해운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당장 한국선박해양이 다음 달 초까지 현대상선 보유 선박 10척을 매입하는 등 7천2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은 앞으로 5년간 2천억원 이상의 손익이 개선되고 5천억원이 넘는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국내 선복량이 한진해운 침몰 이전인 100만TEU를 회복하도록 선대 규모를 키우기 위해 최대 20척의 선박 신조를 돕고 국적 터미널운영사도 만들 계획이다.
해운·항만 산업 전반에 대해서는 올해 6조5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하고 세부 대책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상선도 오는 2018년 말까지 재무 구조 등을 정상화하고 2021년에는 글로벌 선도사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시아-미주 시장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해운사로 성장하고 2021년까지 시장점유율 5%,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상선은 최근 "올해 항만 인프라에 투자해 영업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해운얼라이언스 '2M+H'를 기반으로 원가 및 영업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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