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피겨 공주 라리, 은반 위 '아라비안나이트'

입력 2017-02-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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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피겨 공주 라리, 은반 위 '아라비안나이트'

UAE 여자 선수 최초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나와 눈길

2018 평창올림픽에 히잡 쓴 여자 선수 최초로 출전 희망




(삿포로=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여름 기온이 섭씨 40도까지 올라가고, 연중 최저 기온이 10도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아서 얼음을 구경할 수 없는 나라.

'열사의 나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온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있다. 그것도 여성의 신체 노출을 금기시하는 아랍에서 배출된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다.

19일 일본 삿포로에서 개막하는 제8회 동계아시안게임에는 UAE 국가대표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출전한다.

그의 이름은 자흐라 라리(22). 라리는 현재 히잡을 쓰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유일한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다.

라리는 다른 여자 선수들과 달리 히잡을 쓰고 긴 팔, 긴 바지를 입고 은반 위를 누빈다.

그러나 대개 검은색 차도르로 몸 전체를 가리는 아랍 여성들 기준에서 보면 타이트한 하의 자체가 파격적일 수 있다.





라리는 11살 때 디즈니 영화인 '얼음 공주(Ice Princess)'를 보고 피겨스케이팅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라리는 UAE 신문인 '더 내셔널스'와 인터뷰에서 "왜 이런 것을 하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에 어울리지 않는 종목을 하는 선수로서 고충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는 "11세면 피겨 시작이 상당히 늦은 편"이라며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밝혔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는 "UAE 내셔널 챔피언을 세 차례 했다"고 스스로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 계약을 맺은 라리는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헝가리 등 유럽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특히 라리는 자신의 선구자적 역할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는 선수다.

그는 '더 내셔널스'와 인터뷰에서 "특히 우리나라 소녀들에게 롤 모델이 되고 싶다"며 "누군가 '네 꿈은 이루기 어렵다'고 말하더라도 거기에 굴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나온 그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다.

라리가 평창 올림픽에 나오면 두 가지 '최초' 기록을 쓰게 된다. 먼저 UAE 국가대표로는 최초로 동계올림픽에 나가게 되고, 히잡을 쓴 여성 선수로도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다.

더 내셔널스와 인터뷰에서 라리는 "2018년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올해 3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도 의욕을 내보였다.

17일 일본 삿포로 남구체육관에서 만난 UAE 선수단 홍보담당관은 "라리가 20일에 삿포로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mail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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