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는 저유가·고령화 때문…"한국이 환율조작" FT 주장은 억지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기자 = 오는 4월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환율조작국 지정이 현실화하면 원화 가치 강세 등으로 우리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4월 위기설'까지 제기되는 양상이다.
일본 언론사에 인수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아시아에서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가 한국"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내보내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일단 우리나라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미 에너지 수입을 늘리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조작이 아닌 저유가와 고령화에 기인한다는 점, 대미 무역수지 흑자비중이 낮아지고 있고 서비스수지 적자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미국 설득작업에도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인 데다 기계적으로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경상수지 흑자는 저유가 등 '환율 외 요인' 탓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986억7천만달러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사상 최대치였던 2015년(1천59억4천만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1천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2012년 508억4천만달러에서 2013년 811억5천만달러, 2014년 843억7천만달러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10월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제시한 근거 중 하나다.
미국은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환율시장의 일방향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 기준으로 교역대상국을 분석해 환율보고서를 작성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7.9% 수준이고, 대미 상품수지 흑자가 302억달러에 달한다며 한국을 일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최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진 것은 저유가와 고령화 등 일시적이거나 환율 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연간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물량이 석유제품 수출물량의 3배 수준으로 유가가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큰 편이다.
2년 넘게 지속된 저유가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저유가로 인해 발생한 경상수지 흑자는 유가가 상승할 경우 언제든지 다시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유가의 완만한 상승이 예상되면서 경상수지는 3년 만에 다시 800억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고령화 사회 대비를 위해 중장년층이 저축을 늘리면서 소비를 줄이는 현상 역시 경상수지 흑자 폭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중장년층의 저축은 언젠가는 소비로 전환될 것이고 이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대미 상품수지 비중↓…서비스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만한 요소를 찾기가 더욱 쉽지 않다.
대미 상품수지는 2015년 451억5천만달러 흑자로 절대 금액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전체 상품수지 흑자 대비 비중으로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았다.
2015년 전체 상품수지 흑자(1천222억7천만달러)에서 대미 상품수지 흑자 비중은 36.9%였다.
이 비중은 2008년 147.8%를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2014년까지 2011년(83.6%)을 제외하고는 40∼50%대를 유지하다가 2015년에 처음으로 30%대까지 내려왔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크다는 점을 문제 삼으려는 미국의 주장은 전체 수준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미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점도 미국 측에 주장할 수 있다.
2015년 대미 서비스수지는 140억9천만달러 적자였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할 때 내세운 근거 중 하나는 2015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대미 무역 흑자가 302억달러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기간 서비스수지를 포함하면 흑자폭은 관찰대상국 분류 기준을 조금 웃도는 210억 달러로 감소한다.
대미 서비스수지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였던 적이 없었다. 2010년 최초로 100억 달러(128억 달러)를 넘어선 뒤 매년 적자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미국산 수입을 대폭 늘렸다가 저유가 등 일시적인 요인의 영향력이 사라지면 오히려 한국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전체 경상수지에서 대미 의존도 역시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15년 전체 경상수지 흑자에서 대미 경상수지 흑자의 비중은 31.2%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24%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았다.
정부는 이같은 논리를 토대로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에 지정하지 않도록 설득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비스수지 적자 등을 고려하면 실제 대미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크지 않은데도 트럼프 정부는 제조업 일자리 확충을 위한 자의적인 규칙을 내세우고 있다"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자본 유출은 물론 국가 신뢰도까지 영향을 미쳐 외환위기에 빠질 우려도 있는 만큼 미국의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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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998∼2015년 전체·대미 경상수지 추이 (100만달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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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경상수지 │대미 경상수지 │대미 경상수지 비│
│ │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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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5,940 │33,032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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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4,373│40,986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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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1,148│36,227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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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0,835│19,038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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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8,656│19,773 │10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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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8,850│13,680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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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3,593│15,167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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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190 │16,920 │5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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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795│16,496 │13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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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3,569 │12,370 │34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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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12,655│11,976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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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29,743│20,430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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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1,877│10,784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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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4,693 │9,228 │19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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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2,700 │8,500 │3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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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10,444│9,867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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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21,608│5,261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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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40,057│3,724 │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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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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