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경기를 마친 박진용(24·국군체육부대)-조정명(24·삼육대)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헬멧을 벗은 이들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기록을 확인한 뒤에는 고개를 떨궜고,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는 썰매 종목의 하나인 루지 월드컵 겸 올림픽 테스트이벤트가 펼쳐졌다.
박진용-조정명은 남자 루지 2인승 부문에 출전했다.
결과는 24개의 출전팀 중 20위다.
이들은 1차 시기에서 47초844의 기록으로 18위를 차지했지만, 2차 시기에서 48초007의 기록으로 20위로 순위가 내려갔고, 결국 최종 20위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둘은 차를 타고 선수 대기실로 이동하면서도 침묵을 지켰다.
조정명이 "너무 아쉬워요. 1차보다 2차에서 더 못 탔어요"라고 겨우 입을 열었다.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16개의 커브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연습 때부터 9번 커브를 지나 10번, 11번을 거쳐 12번 커브로 진입하는 부분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해당 구간을 매끄럽게 통과하게 되면서 '이제 됐다' 싶었지만, 결국 실전에서 다시 발목이 잡혔다.
조정명은 "커브를 트랙 중간으로 통과해서 벽에 안 부딪히고 일자로 내려와야 하는데, (커브를) 일찍 나와버려서 썰매가 벽 방향으로 가버렸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조정명은 축구, 박진용은 바이애슬론 선수 출신이다.
둘은 루지로 종목을 전환해 2013년부터 호흡을 맞췄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19개 팀 중 18위에 올랐다.
아직은 국제무대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국내 썰매계는 이 둘을 향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썰매는 '홈 트랙 이점'이 매우 크다.
해당 트랙에서 수없이 많은 반복 훈련을 한 개최국 선수가 외국 선수들보다 훨씬 유리하다.
박진용-조정명 조가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은 스타트 기록이다.
박진용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가속도가 확 달라져서 최종 기록이 크게 차이난다"며 "현재 우리가 상위권 팀과 비교해 스타트 기록이 0.1초 정도 뒤지는데, 이 격차만 좁히면 곧바로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년 뒤 올림픽에서는 메달에 도전하겠다"는 두 선수한테서 비장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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