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NBC 등 주류 언론들을 나열하면서 "미국민들의 적(適)"(enemy of the American People!)"이라고 규정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국민의 적"(enemy of the people)이라는 말은 로마 제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근대에는 러시아의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이 즐겼다고 18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러시아·동유럽학 미첼 오렌스틴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교육을 받지 못한 우리 대통령이 스탈린의 말들을 해내고 이 표현의 역사적 공명(共鳴)을 듣지 못한다니 대단하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방송 미국의소리(VOA)에 "그것이 기본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사망 선고"라고 말했다.
톰 말리노프스키 전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도 트위터에 "나는 미국 외교관으로서 언론인들을 '국민의 적들'이라고 부른 옹졸한 독재자들에 맞섰다. 이것이 더는 우리의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해보라!"며 충격을 표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의 자문인 엘리엇 코언도 트위터에 "독재자가 되려는 이의 언어. 농담이 아니고, 과장도 아니고, 지적능력 장애에서 발작처럼 나온 생각도 아니다"고 놀라워했다.
'국민의 적들'이라는 말은 마오가 즐겼던 말이다. 약 3천600만명으로 추정되는 중국민이 목숨을 잃은 대기근을 초래한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 쓰던 말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데이비드 액셀로드 백악관 전 선임고문은 트위터에 "어떤 대통령도 미디어를 '국민의 적'이라고 묘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쓴 뒤 1971~1972년 사이에 녹음된 닉슨 테이프에 나온 내용과 비슷하지 않으냐는 댓글에 "좋다. 닉슨이 아마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공개적으로는' 안 했다"고 적었다.
중국 기자 리위안은 트위터에 "마오 의장이 했다. 마오 시절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모든 목소리는 '인민의 적'이었다"고 썼다.
미국 라이스대 역사학자 더글러스 브링클리는 "트럼프가 하는 것 같은 미디어와의 성전 같은 것은 없었다"며 "트럼프는 자신이 구멍에 빠져있다고 느낄 때마다 언론을 두들겨 팰 의지가 결연하다. 그게 독특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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