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사드 대못박자 한중외교장관 회담서 '지연론' 거론 배경 주목
(뮌헨<독일>=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연내 배치에 '대못'을 박은 한·미의 결기에 맞서 중국이 '사드 지연론'을 제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때 사드에 반대하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2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방한을 계기로 연내에 사드를 배치한다는데 못을 박은 바 있다. 결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때 합의한 사드 배치를 트럼프 행정부가 일말의 여지도 없이 재확인한 이상, 중국 입장에서는 단순히 반대한다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자신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무엇보다 사드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는 말은 결국 한국 차기 정권의 판단으로 '뒤집기'를 노리려는 의중을 보인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아 보인다. 탄핵 심판의 결과에 따라 5월 전후로 이른바 '벚꽃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당장 포기시킬 수 없다면 지연시키자'는 전술을 쓰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한국통' 외교관인 천하이(陳海)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 외교적 무례 논란을 빚어가며 작년말 한국을 방문, 유력 정치인들을 만난 일이나 지난달 초 중국 정부가 야당 의원들을 베이징(北京)으로 불러들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결국 앞으로 중국은 사드와 관련한 경제 및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보복성 조치'를 계속 취해가며 다가올 한국 대선 국면에서 사드를 쟁점화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윤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장관급으로는 처음 사드 보복과 관련해 중국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철회를 요구한 것도 의미가 없지 않아 보인다.
윤 장관이 '사드 보복'에 공식 항의한 것은 때마침 회담이 열리게 된 기회를 활용한 측면도 있지만 그간 사드 관련 보복 조치에 정부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대응'을 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지 않아 보였다.
윤 장관의 '공식 항의'는 최근 미국 정부가 강도높은 대 중국 압박을 모색중인 상황에서 이뤄진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독일 본에서 왕 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으라고 촉구했으며, 한미외교장관 회담때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실효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압박 조치를 논의했다.
한편 같은 날 열린 한러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마찬가지로 러시아 측의 '사드 반대' 입장 표명이 있었지만 기존 입장을 한차례 더 확인하고 넘어가는 수준의 강도였다고 배석한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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