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언론 "생떼회견 후 초치"…회의 후 관련 성명 계획
(홍콩·서울=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김수진 기자 =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피살사건과 관련, 북한 대사를 초치하기로 했다고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가 20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에게 이날 오전 열리는 비공개회의에 참석하라고 요구했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이번 북한 대사 소환이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난한 사태 뒤에 이뤄지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강철 대사는 지난 17일 쿠알라룸푸르 병원에 두 차례 찾아가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 전에 넘기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같은 날 취재진 앞에 나타나 외교 여권을 소지한 경우 자국 영사의 보호 관할임에도 말레이시아 당국이 부검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북한 대사관은 같은 날 밤 11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가 피살사건을 이용해 북한을 비방하고 말레이시아가 이에 결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가 '적대세력'과 결탁했다며 부검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소리를 높였고 "한국 정부가 정치 스캔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음모론도 제기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은 현지 법을 따르라"고 비판했고 경찰도 유가족임이 확인돼야 시신을 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강 대사를 불러 어떤 요구를 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전해지고 있지 않다.
다만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오후에 이날 비공개회의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전했다.
북한 대사관은 부검 전 시신인도 요구, 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에 대한 비난과 맞물려 김정남 피살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입장도 수사가 진행되면서 점차 변해갔다.
사건 발생 초기만 해도 암살을 직접 시행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이 각각 붙잡히고, 말레이 당국도 "북한 배후설은 추측일 뿐"이라고 선을 그어 북한보다는 다국적 청부 암살단의 소행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번 범행에 연루됐다고 밝힌 북한 국적자만 8명인 데다, 강철 대사가 외교적 결례까지 무릅쓰면서 '물타기'를 시도하자 북한 배후설은 거의 사실로 굳어졌다.
특히, 일부 현지 매체는 신상이 확보된 용의자 리정철(46)이 북한대사관으로 추정되는 한 대사관'과 접촉한 적이 있는 매우 특수한 신분이며, 그가 은신해 있던 아파트도 2011년부터 북한 공작원의 아지트로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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