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 동작경찰서는 수도권 등 건설공사 현장에서 철근조각 등이 떨어져 다쳤다고 공사책임자를 협박, 총 1천여만원을 뜯어낸 혐의(상습공갈)로 박모(40)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박씨는 수도권 성인게임장이나 PC방 등에서 계산대에 보관된 현금이나 옆 손님의 휴대전화 등 총 780만원 상당 금품을 10차례 훔친 혐의(상습절도)도 받는다.
박씨는 지난달 20일 충남 천안시의 한 빌라 신축 공사장 앞에서 주운 철근조각으로 스스로 머리를 긁어 피가 나게 한 다음 "철근조각이 머리로 떨어져 다쳤다"며 관계기관에 신고할 것처럼 공사책임자를 협박해 합의금으로 40만원을 송금받는 등 48차례 피해자 50여명에게 1천131만원을 챙겼다.
이전에도 절도죄 등으로 실형을 산 적이 있는 박씨는 작년 3월 길을 걸어가다 공사장에서 떨어진 쇠붙이에 머리를 맞아 합의금 40만원을 받으면서 이런 수법을 생각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박씨는 소규모 공사장만 골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규모가 작은 공사장일수록 사고·민원이 발생했을 때 관계기관에 신고하기보다 합의금 등으로 현장에서 무마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작년 12월 서울 동작구 한 성인오락실에서 종업원의 눈을 피해 카운터 금고에서 80여만원을 훔친 뒤 대전까지 도망쳤다가 폐쇄회로(CC)TV 등을 활용한 경찰의 추적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박씨의 은행계좌 입출금 내역을 조사하다가 5만∼40만원 가량의 돈이 반복해서 입금된 점을 수상히 여겨 박씨를 추궁했고 이 돈이 공사장에서 공사책임자들을 협박해 얻은 합의금이라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공사장 대부분이 안전시설 설치 등 규정을 준수했으나 민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박씨에게 합의금을 줬다"면서 "민원이 발생하면 경찰 등 관계기관에 신고해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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