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이용한 '외압 정황' 포착·'최순실 연결고리'는 못 잡은 듯
우병우 "최순실 모른다" 주장…구체적 지시 등 소명 여부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전성훈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의 구속영장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특검팀은 역량을 총동원한 끝에 수사 기간 만료를 9일 남기고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조만간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수사팀과 우 전 수석이 치열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특검은 우 전 수석에게 특별감찰관법 위반,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불출석) 위반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우 전 수석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구속 여부가 엇갈릴 전망이다.
이 가운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는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비서관의 권한을 과도하게 사용해 정부 공무원의 인사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정부 기관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관한 것이다.
이른바 좌파 성향의 영화를 제작한 것으로 지목된 CJ E&M에 대한 청와대의 조사 지시를 거부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장급 간부를 강제퇴직시켰다는 의혹, 세월호 침몰 당시 해양경찰의 구조책임에 관한 검찰 수사에 외압을 넣은 의혹 등이 그간 제기됐다.
비슷한 맥락에서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간부 5명을 좌천시키도록 힘을 넣었다는 의혹도 있다.
이는 우 전 수석이 업무상 사정라인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점과 관련 있다.
일련의 의혹에 대해 우 전 수석은 구체적으로 위법한 지시를 하거나 부당한 권한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맞서 왔다. 해경과 관련해선 국가기관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원칙에 따라 업무 처리하도록 했고 조정 역할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 활동도 방해했다고 보고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를 영장에 반영했다.
구체적으로 최순실 및 결탁 세력의 국정 개입 및 강제모금 등에 대한 내사 활동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이 전 감찰관이 우 전 수석의 가족 회사 '정강' 자금을 횡령한 의혹을 들여다보기도 했다고 보도됐다.
이 전 감찰관이 일련의 갈등 속에 사직한 후 인사혁신처는 특별감찰관실 별정직 공무원들을 당연퇴직 처분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인사혁신처의 이런 대응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이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구체적인 지시나 공모를 뒷받침할 근거가 얼마나 소명됐는지가 영장 발부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우 전 수석의 혐의 가운데 가장 입증이 어려운 것으로 직무유기를 꼽는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사정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 직무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법은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 및 민정수석 재임 중에 최순실 씨 등의 비리를 제대로 감찰·예방하지 못하거나 이를 방조·비호한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우 전 수석은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이 민정수석으로서 최 씨의 국정 개입을 제대로 막지 못한 셈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그것만으로 직무유기가 인정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이 법령, 내규 등에 규정된 추상적인 성실 의무를 게으르게 하는 모든 경우에 직무유기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판례는 직장 무단이탈, 의식적인 직무 포기 등 국가 기능을 해치고 국민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정해 직무유기를 인정한다.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는 적어도 그가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셈이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최순실을 모른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다시 출석하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불출석)을 적용했으나 최씨를 모른다고 증언한 것에 대해 위증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최씨를 모른다는 우 전 수석의 증언을 뒤집을 근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며 영장심사에서 특검이 새로운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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