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거주 추정 한솔·솔희 남매, 공항에 1주째 안 나타나
(마카오=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강 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20일 돌연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에 대한 강한 불만과 함께 해당 인물이 김정남이 아니라고 밝혀, 시신이라도 인도받기를 바라는 유가족의 애를 태우고 있다.
강 대사의 이날 주장은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숨진 북한 국적자는 김정남이 아닌 김철로 둘은 서로 다른 인물이며, 김철은 북한 외교관 여권을 가진 자국민이어서 부검없이 시신을 인도해 가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시 말해 세간에 보도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니기 때문에 유가족에게 시신을 넘길 수 없다는 주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논리는 DNA 검사를 거쳐 가족에게 시신을 넘기려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시도를 차단하는 한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북한 기관원들이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주장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는 유가족이다. 특히 마카오에 거주하는 둘째 부인인 이혜경과 한솔·솔희 남매는 시신 인도를 애타게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헤경씨는 남편의 시신을 받을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 주재 중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대로 김철과 김정남이 다른 인물이라는 주장이 수용돼 해당 사망자의 시신이 북한으로 옮겨진다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극물 테러로 비명횡사한 김정남은 이제 지구상에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유족은 남편·아버지의 시신 조차 대면하지 못하는 비극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사건 초기부터 시신인도를 받으려했던 이혜경씨 가족의 말레이시아 행(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반대하더라도,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시신을 유족에게 우선 인도할 것이라며 2주간의 시한을 제시하며 직접 방문을 요구하는 가운데 이혜경씨 가족은 아직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를 포함한 취재진이 이날 유일한 쿠알라룸푸르 직항편인 에어아시아 체크인 카운터와 출국장 등에서 김씨 유족을 기다렸지만, 얼굴이 알려진 아들 김한솔 군이나 셋째 부인으로 알려진 서영라씨 등은 모습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라고 우기는 반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가족 방문을 통한 DNA 검사를 통해 사망자가 김정남이라는 걸 확인하려한다는 점에서, 이혜경씨와 한솔·솔희 남매가 쿠알라룸푸르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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