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우리 겸 측간…제주 '통시'는 日·대만에도 있는 남방문화"

입력 2017-02-21 08:00  

"돼지우리 겸 측간…제주 '통시'는 日·대만에도 있는 남방문화"

신간 '동중국해 문화권의 민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반도 남쪽에 떠 있는 제주도는 언어와 생활문화가 독특한 섬이다.

민가(民家)의 형태만 해도 다른 지역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한반도의 전통가옥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생활하는 안채와 남성이 거주하는 사랑채로 나뉘지만, 제주도에서는 나이 든 부부가 안채에 살고 기혼 자녀가 바깥채에 기거한다.

또 돼지우리를 겸한 화장실인 '통시'가 있고, 담과 연결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당 대신 긴 골목인 '올레'가 나타난다.

건축사(建築史) 연구자인 윤일이 박사는 신간 '동중국해 문화권의 민가'(산지니 펴냄)에서 제주도 민가를 한반도가 아닌 동중국해 문화권의 산물로 바라본다. 동중국해 문화권에는 일본 오키나와(沖繩, 옛 이름 류큐<琉球>), 규슈(九州) 남부와 서부, 대만 등이 포함된다.

저자는 "한국의 전통건축은 아시아 대륙을 통한 북방문화 계통으로 인식돼 제주도 건축은 비주류 혹은 주변부로 취급됐다"고 지적한 뒤 "제주도에 분포하는 건축에는 남방문화의 특성이 두드러진다"고 주장한다.

이어 "남방문화는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 일본 등지에서 형성된 문화가 해양의 경로를 통해 상륙한 것"으로 "동중국해에 접한 지역과 섬들은 국가와 육지라는 관념을 걷어버리면 쿠로시오 해류와 계절풍으로 연결된 하나의 해양문화권으로 묶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동중국해 문화권의 자연적·문화적 특징으로는 강한 더위와 많은 일조량, 무시로 찾아오는 태풍, 상대적으로 강한 여성의 권리 등이 꼽힌다.

저자는 건물을 크게 짓지 않고 작은 건물 여러 동을 짓는 건축양식, 주거 공간과 떨어져 별도로 조성하는 부엌, 강한 바람을 막기 위한 돌담과 숲이 동중국해 문화권 민가의 공통점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신분이나 남녀 차이 대신 세대와 기능에 따라 공간을 구분해 사용하고, 정령숭배 사상을 바탕으로 집안 곳곳에 가신(家神)을 모시는 것도 제주도와 오키나와, 대만의 민가에서 두루 나타나는 현상이다.

동중국해 지역 전통건축의 양상을 살핀 저자는 "제주도 민가에서 외딴 부엌과 통시는 남방적 요소이고, 온돌은 한국적 요소"라며 "본래 남방문화에 따라 건물 배치가 결정됐는데, 근대 이후 북방적 요소가 가미돼 변화가 일어났다"고 결론짓는다.

292쪽. 2만5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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