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미국 내 소비자 평가가 크게 추락했다. 20일 전해진 미국 여론 조사기관 해리스폴(Harris Poll)의 '2017년 기업 평판지수(Reputation Quotient)'에서 삼성전자는 49위로 밀렸다. 전년의 7위에서 42계단이나 떨어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7위, 2015년 3위에 이어 2016년까지 3년 연속 10위권 안에 들었다. 2017년 평판지수는 작년 11월 29일부터 12월 16일까지 미국 소비자 2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이 증인으로 불러나가던 때였다. 삼성전자의 소비자 평가가 추락한 것에는 무엇보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에 구속된 것은 지난 17일이다. 해리스폴 조사가 그 이후에 이뤄졌다면 결과는 훨씬 더 나빴을 수 있다. 해리스폴은 조사 보고서에서 기업 명성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리더의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삼성 입장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보다 더 나쁜 소식은 상상하기 어렵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전자가 입게 될 가장 큰 손실로 브랜드 가치 하락을 지목한다. 브랜드 이미지는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브랜드 컨설팅 기업 인터브랜드 평가에서 2014년 31위였던 폴크스바겐은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로 지난해 40위까지 떨어졌다. 부정부패 기업으로 몰리면 주가에도 불리하다. 일부 해외 국부펀드는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를 때 환경, 인권, 반부패 등을 우선적으로 본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삼성그룹에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불거질 수 있다. 사상 첫 '총수 구속'으로 벌써 삼성의 경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그룹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이러다가 삼성이 상반기 공채를 건너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삼성은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세계 초일류 기업의 명성에 걸맞게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야 한다. 다행히 금융시장에서는 이번에 삼성이 큰 위기를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한다. 일례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는 20일 각각 낸 신용등급 보고서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전자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특히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 전문경영 체제로 운영돼 오너 부재가 업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신용평가사의 예측대로 삼성이 큰 위기 없이 난관을 극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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