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르킨 유엔 러시아대사 별세…"강적이지만 친구" 서방도 애도(종합2보)

입력 2017-02-21 06:51  

추르킨 유엔 러시아대사 별세…"강적이지만 친구" 서방도 애도(종합2보)

10년 이상 유엔서 활동하다 심장질환 급사…푸틴도 애도 표시

(유엔본부·모스크바=연합뉴스) 김화영 유철종 특파원 = 비탈리 추르킨(64)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20일(현지시간)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서 별세했다.

추르킨 대사는 이날 오전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에서 통증을 호소해 구급차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소생하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고 미국의 한 관리가 전했다.

뉴욕 소방당국도 '심장 문제로 인한 상황'이라는 현장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루 뒤인 21일은 그의 65세 생일이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언론보도문을 통해 "오늘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의 추르킨 대사가 갑자기 숨졌음을 깊은 애도와 함께 알린다"면서 "탁월한 외교관이 순직했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깊은 조의를 표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가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추르킨 대사의 전문성과 외교적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고 페스코프는 덧붙였다.

고인의 주변에선 오랜 기간에 걸친 유엔 대사로서의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건강 악화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엔 외교관들은 충격 속에 회의 중 기립해 묵념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우리의 마음은 그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러시아) 정부와 함께한다"고 고인을 기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 대사 가운데 추르킨 대사는 가장 재임 기간이 길었다.

그는 지난 10년 이상 유엔이라는 다자무대에서 '러시아의 얼굴'로 활동했다.

안보리에서 그는 화려한 언변으로 러시아의 국익을 강력하게 방어했고,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서방 상임이사국과 적지 않게 충돌했다.

알레포 사태 등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대표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 때 유엔 주재 미국대사였던 서맨사 파워가 시리아 사태에 개입한 러시아를 비난하자, 추르킨 대사는 "마치 테레사 수녀인 양 발언한다"며 "당신 나라가 (중동에 남긴) 족적을 기억해보라"고 역공한 일화는 유명하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안보리의 거듭된 대북제재로 그는 한국에도 많이 알려졌다. 대북 제재에는 찬성하면서도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서방 외교관들도 그에 대해서는 해박한 외교적 식견과 함께 위트와 재담, 그리고 따뜻한 면모를 기억했다.

그의 카운터파트였던 수전 라이스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비탈리는 강적이었지만 항상 친구였다"고 했고, 파워 전 대사는 "외교의 거장이고 배려가 깊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가교 역할에 모든 것을 했다"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현 미국대사는 "우리가 사안을 보는 방식은 달랐지만, 그는 자국의 입장을 뛰어난 외교적 솜씨로 옹호했다"고 말했다.

매튜 라이크로프트 영국 대사는 "외교의 거인", 프랑수아 드라트르 프랑스 대사는 "내가 만난 가장 재능있는 외교관"이라고 치켜세웠다.

1974년 외교부 근무를 시작한 추르킨은 1992년부터 2년 동안 외무차관을 지내고 벨기에·캐나다 대사 등을 거쳐 2006년 4월부터 유엔 대사로 근무했다.

그는 서방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기꺼이 응했을 뿐만 아니라 유창한 영어로 대답해 화제가 되곤 했다.

quinte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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