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호주, 고마워!"
한국 스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주혜리(25·평창군청)가 자신이 동메달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주혜리는 20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시라하타야마 오픈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키 여자 크로스컨트리 1.4㎞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4명이 치른 마지막 결승에서 주혜리는 선두에 20.29초 뒤진 4위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3위에 오른 캐시 라이트가 호주 선수였기 때문에 주혜리가 동메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번 대회에 초청 국가 자격으로 출전한 호주, 뉴질랜드 선수들은 메달을 따더라도 메달 시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 적용됐다.
20일까지 12개 금메달이 나온 가운데 호주, 뉴질랜드 메달 시상 제외 규정이 실제로 효력을 발휘한 것은 딱 이 경우 하나뿐이었다.
사실 결승에 오른 4명 가운데 한 명이 호주 선수였기 때문에 결승을 시작하기도 전에 주혜리는 최소한 동메달을 확보한 상황이었지만 주혜리는 이를 모르고 있었다.
주혜리는 동메달 획득 소식을 듣고는 "어, 그런 거였어? 다 아는데 나만 몰랐던 거야?"라고 천연덕스럽게 되물어 주위를 웃기기도 했다.
그러면서 4위로 들어오고도 메달을 받게 된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그런데 그 호주 선수는 메달 못 따서 어떻게 해"라며 걱정하더니 주위에서 "걔네들은 그런 사실 다 알고 왔다"고 말해주자 그제야 "호주, 고마워"라며 활짝 웃었다.
주혜리는 "사실 이번 대회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했는데 비교적 자신이 있는 단거리에서 동메달을 따내 기쁘다"며 "결선에서 레이스 도중 나뭇잎을 잘못 밟는 바람에 페이스가 흐트러져 아쉬움이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동메달) 행운도 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0년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됐지만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갑자기 빈혈 증세가 오는 바람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주혜리는 "처음 나온 아시안게임에서 남은 종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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