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어린이집 비리 백태…회계 엉망으로 운영비는 '눈먼돈'
원장·설립자 도덕적 해이 극심…자녀 채용하고 가족회사와 허위 계약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이 21일 발표한 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한 실태점검 결과를 보면 일부 유치원·어린이집의 회계 처리 상태는 그야말로 '비리 백화점'이었다.
유치원·어린이집 운영비로 명품 가방을 사거나 자녀 학비를 내는가 하면 심지어 자동차 보험료와 과태료까지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또 유치원·어린이집 원장이나 설립자가 가족을 불법 채용하거나, 허위 서류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식재료·교구 구입 비용을 지불하기도 했다.
◇위법·부당한 회계집행…유치원 운영비는 '쌈짓돈' = A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회계에서 두 아들 등록금과 연기 아카데미 수업료 3천900만원을 지출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였다.
노래방 비용 등 847차례에 개인카드로 사용한 금액 3천만원, 개인차량 할부금 2천500만원, 보험료 370만원, 자동차세와 과태료 300만원, 83차례에 걸친 경조사비 3천200만원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했다.
교직원에게 선물을 준다면서 유치원 운영비로 250만원 상당의 루이뷔통 가방 등을 사기도 했다.
A유치원 원장은 또 증빙 자료도 없이 자신의 어머니와 아들을 유치원 보조원으로 채용해 3천600만원을 지급했고, 세금계산서나 결산서 등을 허위로 작성했다.
이 유치원 원장이 부당하게 사용한 금액은 11억1천만원에 달했다.
B유치원 설립자는 2천500만원 상당의 도자기 구입 비용, 개인 외제차량 3대에 대한 보험료 1천400만원과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830만원 등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했다. 추진단은 이 설립자가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금액이 2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B유치원 설립자는 유치원 내에 불법적으로 어학원을 운영하며 유치원 운영비 20억6천만원을 어학원 영어교육비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설립자는 이밖에도 2개의 유치원을 더 운영하며 증빙자료 없이 3개 유치원 회계 53억원을 중복해서 집행했고, 조직적으로 조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 설립자는 현재 4번째 유치원 설립을 위해 교육청에 인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추진단은 이 설립자가 이 같은 방식으로 부당하게 집행한 회계는 39억3천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설립자 남편의 여행경비를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한 경우도 있었다.
◇기업형 유치원 경영…가족회사와 불법 거래 = C유치원 설립자는 서울·경기 지역에 10개의 유치원을 운영하며 가족회사와 5억1천여만원을 불법적으로 거래했다가 적발됐다.
이 설립자는 첫째 아들 회사에 보수공사 계약 명목으로 1천500만원을, 둘째 아들 회사에는 구체적인 명세서 없이 1억2천만원을 지급했다.
또 딸에게는 유치원 원장을 맡기고, 아무런 증빙 없이 12차례에 걸쳐 2천300만원의 교육자문료를 주기도 했다.
어린이집 4개를 운영하는 D씨는 부인 명의로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뒤 이 페이퍼 컴퍼니가 실제 업체와 교구나 식자재 납품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페이퍼 컴퍼니는 2억원 상당의 교구를 납품받으면서 6억5천만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관련 서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8억6천만원을 부당거래했다.
E어린이집은 급식 교사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다가 이번에 적발됐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급식종사자는 연1회 이상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조리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조리사로 채용한 유치원도 있었다.
F유치원은 유통기한이 4∼5개월이 지난 어묵, 떡볶이, 돈가스 등 7가지 식재료를 보관하고 있었고, 조리기구 위생 상태가 청결하지 않은 유치원도 적지 않았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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