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 '트럼프 찬양' 중단…'러와 내통' 플린 사퇴 후 돌변

입력 2017-02-21 10:31  

러 언론 '트럼프 찬양' 중단…'러와 내통' 플린 사퇴 후 돌변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더 찬양하던 러시아 언론들이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 보좌관의 경질 후 돌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미를 갑자기 중단했을 뿐 아니라 트럼프와 관련된 중요 뉴스도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플린 전 보좌관이 러시아와 내통한 의혹과 거짓 보고로 경질된 데다 친(親) 러시아 행보를 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불리한 발언을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관련 뉴스가 넘쳐나던 러시아 TV 방송들에서 그에 대한 찬양이 중지됐고, 새 소식도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최근 몇 달 동안 방송들에서 푸틴 대통령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의적 보도가 봇물 터지듯 한 것과 대조적이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언론들은 올해 1월에 푸틴 대통령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보도를 더 많이 했다. 이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현상이다.

러시아에서는 국민의 80%가 TV 방송을 통해 뉴스를 공급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론들의 태도 돌변은 특히 관영 매체에서 심해 러시아 정부 당국이 이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대표적 뉴스 방송인 일요 뉴스쇼 방송들에서 트럼프 대통령 뉴스는 지난주부터 싹 사라지다시피 했다.

'트럼프 마니아'(광적인 트럼프 팬) 비판을 받았던 드미트리 키셀료프가 진행하던 주말 뉴스쇼인 '베스티 네델리', 주요 정치 토크쇼인 '일요일 저녁' 등의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뉴스는 거의 찾을 수 없다. 키셀료프는 대신 트럼프 정부가 미국 언론과 '전쟁'을 벌이는 바람에 '안착'에 실패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어떤 시도도 러시아 정부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인 양 미국 언론들이 몰아가고 있다며, 이는 미국 국민에게 불행이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로고진 부총리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를 뚫기 위해 러시아가 새로운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들이 정부 지시를 받아 트럼프에 대한 찬양을 중단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궁 대변인은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플린 전 보좌관의 사임에 이어 백악관이 최근 러시아는 크림 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되돌려줘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트럼프가 '친러시아' 대통령이라는 러시아 언론들의 환상을 깨는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와 관련 "크렘린 궁은 한 치의 환상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깰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k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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