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원칙으로 논란 극복한 '대연정' 사례도 감안한 듯
안희정 측 "백척간두진일보의 심정"…지지층 반응 주시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이른바 '선한 의지'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을 '원칙'과 '경쟁력'을 앞세워 정면으로 돌파할 태세다.
안 지사는 20일 캠프 사무실에 들러 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선의' 발언을 두고 "계산한 말도, 실수도 아니다"라며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체성'까지 거론하며 야권 내부에서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안 지사는 요지부동의 스탠스를 보이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는 안 지사의 평소 정치 스타일에다 '대연정 논란'을 헤치고 나와 지지율 상승세를 거머쥔 데 따른 자신감도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출마선언에서 나온 '대연정' 발언에 야권 지지자들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손잡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지만 안 지사는 협치라는 큰 원칙을 내세워 위기를 넘겼다.
진영 논리와 거리를 둔 이런 행보가 반영된 듯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여야 후보 3자간 본선 대결시 문재인 전 대표보다 안 지사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기도 했다.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본선 경쟁력 우위를 나타내는 지표가 나오는 상황이 이어진 덕에 이번에도 '정공법'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본선에 앞서 치러야 할 예선인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런 전략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권 지지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안 지사의 발언을 강하게 비난하는 등 상당수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K스포츠·미르재단 설립을 선의라고 가정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일각에서는 '선한 의지' 주장의 진의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안 지사의 발언이 바뀐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한다.
안 지사는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발언은 비유와 반어였다"고 밝혔다가 20일 캠프 방문 때는 "제 마음속에 있는 제 말"이라고 발언했다.
캠프 일각에서도 '이번 발언은 부적절한 면이 있었다'는 평가와 함께 이번 '선의 발언' 논란으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안 지사 역시 전날 JTBC '뉴스룸'에 나와 '선의' 발언을 두고 "광장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싸웠고 그 광장에서 같이 분노하겠다"는 말로 야권 지지자들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안 지사는 계속해서 자기의 소신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측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야 한다'는 게 안 지사의 마음"이라며 "백척간두진일보(높은 장대 끝에 선 사람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면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는 뜻)의 심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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