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 소행"…피의자 집서 현금 뭉치 발견, "단독 범행" 주장
"며칠 전 예행연습한 듯…ATM 5대 중 소속 경비업체 관리 3대만 털어"
(용인=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용인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은행 현금지급기(ATM)에서 억대의 현금을 훔친 절도 피의자는 ATM기 경비업체 직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자는 범행 며칠 전에도 돈을 빼낼 수 있는지 예행연습을 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특수절도 등 혐의로 경비업체 직원 A(26)씨 등 2명을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17일 오후 8시 45분께 용인시 창고형 대형마트 코스트코 공세점 1층 출입문 근처 ATM기 5대 중 3대에서 2억3천여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0일 밤 용의자를 특정해 A씨 자택을 급습했으며, 침대 밑에서 도난당한 현금의 대부분인 2억2천900여만원을 발견했다.
A씨는 "그동안 모은 돈이다"라며 혐의를 부인하다가 증거를 제시하자 "혼자 한 범행이다"라고 진술했다.
A씨 등은 ATM기 경비업무를 맡은 B업체 직원들로 확인됐다.
사건 당일 B업체는 ATM기에서 '문열림' 오류 메시지가 뜬 사실을 확인해 현장을 점검했으나 오류가 해결되지 않자, ATM기 관리 및 현금수송을맡고 있는 C업체에 오류 사실을 보고했다.
경찰이 A씨의 공범으로 보고 있는 D(30)씨는 당시 근무 중이었으며, 현금이 없어진 사실은 C업체에 보고하지 않았다.
C업체는 다음날 오전 현장을 방문, ATM기 안에서 현금이 사라진 것을 알고 오전 11시께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설치된 ATM기 5대 중 절도 피해를 당한 3대만 B업체가 경비업무를 담당하고, 나머지 2대는 다른 업체가 경비업무를 맡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짧은 시간 안에 범행을 마친데다, ATM기를 파손한 흔적이 없고 B업체가 담당하는 ATM기 3대만 피해를 당한 것으로 미뤄, 경비업체에 내부 공모자가 있을 것으로 의심해 왔다.
이에 따라 CCTV에 찍힌 용의자를 추적하는 한편, 지난 10일과 11일에도 해당 ATM기에서 '문열림' 오류 메시지가 뜬 이력을 확인했다.
10일에는 A씨가 근무 중이었고, 11일에는 D씨가 근무했다.
경찰은 당시 A씨가 범행 예행연습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사건신고 2일 만에 A씨를 검거했다.
D씨는 범행 당시 현장 밖에서 범행을 도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수사해왔다.
하지만 A씨가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하고 있는데다, D씨가 ATM기 열쇠를 건네준 것이 아니라 A씨가 몰래 복사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D씨가 범행에 가담했는지에 대해선 추가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A씨가 복사해 범행한 뒤 집 근처 야산에 버린 열쇠는 경찰이 찾아냈다.
A씨는 경찰에서 "동료 D씨가 다른 사람에 비해 운전이 느려 D씨 근무 날에 범행한 것이지, D씨는 이번 범행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조사과정에서 D씨의 진술이 목격자 진술과 배치되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공모 여부를 계속해 수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불과 3분 만에, ATM기 3대에서 2억3천만원을 도난당한 것이 현금과 삼성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코스트코만의 특이한 결제방식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다른 ATM기에 평소 2천만원 안팎의 현금을 넣어놓는 것과 달리, 코스트코에 설치된 ATM기에는 현금이 많아 범죄 피해가 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더구나 다른 대형마트와 달리, 코스트코는 매장 내부에 CCTV를 거의 설치하지 않아 범죄 표적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트코 관계자는 "고객 정보보호와 관련된 회사 방침상 매장에 CCTV를 잘 설치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보강조사를 벌인 뒤 오늘 밤이나 내일 오전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며, D씨에 대해선 직접적인 공모관계가 드러나지 않으면 일단 석방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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