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정책 초점 '은행→제2금융권' 이동
대출 급증한 상호금융권 70곳도 현장점검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금융당국이 1천344조원에 이른 가계 빚 급증세를 이끈 농·수협, 새마을금고, 카드,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 "대출 늘리기를 자제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증가 폭이 큰 보험사와 카드사를 특별점검해 리스크 관리가 미흡한 곳을 조치하기로 했다.
은행권 대출 조이기에 따른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정부 가계부채 정책의 초점이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1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2금융권 가계대출 간담회'에서 "제2금융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정책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제2금융권의 지나친 가계대출 확장은 은행권에서 비은행권으로 리스크가 전이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카드 사태 등 그간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2금융권은 이제 '외연 확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나친 대출 영업을 자제하라는 일종의 구두 경고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말 가계부채 잔액은 1천344조3천억원으로, 1년 새 141조2천억원(11.7%) 급증했다. 사상 최대 증가액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중 가계부채는 47조7천억원 늘어 전분기(39조원)와 전년 동기(38조2천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는 은행보다는 제2금융권이 주도하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소득심사 강화, 분할상환을 의무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과 8·25 가계부채 종합대책,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강화로 증가세가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2015년 4분기 22조2천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17조4천억원으로 증가 폭이 축소됐다.
가계가 깐깐해진 은행권 대출 심사를 피해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면서 우려하던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상호금융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3분기 6조6천억원에서 4분기 7조5천억원으로, 새마을금고는 3조5천억원에서 4조7천억원으로 늘었다.
다음 달 13일 시행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앞두고 상호금융권에 집단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이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상호금융과 은행 사이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 격차는 2014년 12월 1.02%포인트에서 2015년 12월 0.49%포인트, 지난해 12월 0.35%포인트로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같은 기간 보험권 가계부채 증가액은 1조9천억원에서 4조6천억원으로 2.4배로 증가했다.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 할부금융 등 판매신용 증가액도 1조9천억원에서 4조8천억원으로 2.5배로 늘었다.
작년 말 은행 대출 금리가 상승하자 2금융권 중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생명보험사에 대출 수요가 몰렸다.
정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제2금융권이 금리 상승 등 리스크 요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데도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전 과도기에 가계대출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회사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정부는 우선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빠른 70개 상호금융 조합을 선별해 상반기 중 특별점검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 증가 폭이 컸던 보험·카드·캐피탈사 대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금감원이 실태점검을 나가기로 했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 차주와 사업성이 부족한 아파트 집단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전될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급격히 확대되는 기관을 현장감독하고, 미흡한 기관을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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