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위험하니 버스로 보내세요"…진화한 보이스피싱

입력 2017-02-2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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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드 위험하니 버스로 보내세요"…진화한 보이스피싱

경찰 사칭해 체크카드 넘겨받아 거액 빼낸 인출책 검거

세상 물정 어둡고 홀로 사는 농촌 노인들 범죄 대상 삼아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보은에 사는 A(81)씨는 지난 15일 경찰청 직원을 사칭한 남자로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모두 은행 계좌에 넣어두고 있던 그는 자칫 금융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금세 불안에 사로잡혔다.

전화를 건 남성은 당황한 A씨를 안심시키는 척하면서 체크카드에 대한 안전조치를 요구했다. 돈이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며 극비리에 시외버스를 이용해 체크카드를 경찰청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경황이 없던 A씨는 자석에 끌리듯 그가 요구한 대로 시외버스터미널로 나가 청주행 버스에 체크카드를 실어 보냈다.계좌에 든 돈을 지켜야 한다는 조바심에 사기를 당한다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하지 못했다.

불안 속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운 그가 꿈에서 깨어나듯 정신을 차린 것은 이튿날이다.

문득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그는 부랴부랴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이미 계좌에 있던 2천400만원이 인출되고 난 뒤였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청주시내 금융기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A씨의 체크카드로 돈을 인출하는 B(33)씨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튿날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또 다른 피해자의 체크카드를 챙겨가던 B씨를 붙잡았다.

당시 같은 수법에 속아 그에게 체크카드를 보낸 사람 역시 80대 할머니였다. 그가 검거되면서 다행히 이 할머니의 계좌에 있던 3천100만원은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시외버스로 전달된 체크카드에서 현금을 빼 보이스피싱 조직한테 송금해주는 인출책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에서 1월 17일부터 4차례에 걸쳐 4명의 체크카드에서 5천740만원을 인출해 주고, 7%를 수고비로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를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여죄를 캐고 있다. 또 해외에 거점을 둔 것으로 보이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사기가 과거 대포통장을 활용해 돈을 송금받던 방식에서 벗어나 현금카드를 직접 배달받을 만큼 대담하게 진화하고 있다"며 "세상 물정에 어둡고 겁 많은 노인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기관은 개인의 현금카드나 계좌이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이런 전화를 받으면 즉시 범죄로 인식해 신고해 달라"고 덧붙였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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