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나이롱 환자' 강제퇴원…"매년 330명이 혈세 낭비"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동반 입원하고, 경증 치매환자가 3년간 입원하는 등 의료비가 전액 국비나 시비로 지원되는 요양병원에 '나이롱(가짜) 환자'가 넘쳐나고 있다.
울산시는 한 해 330명이 넘는 저소득층의 의료 과소비 사례가 적발됐다고 22일 밝혔다.
저소득층 환자의 의료급여는 국비 80%와 시비 20%로 전액 지원되는데, 나이롱 환자 때문에 세금이 줄줄 새는 것이다.
울산시의 지난해 저소득층 의료급여 대상자 실태조사 결과 요양병원에 1개월 이상 장기입원한 환자는 570명으로 이 중 54.9%인 313명이 부적정 입원자로 확인됐다.
시는 부적정 입원자 중 129명을 강제 퇴원시켜 15억4천100만원의 의료급여 지출을 막았다.
또 2015년에는 부적정 입원자 345명 중 141명, 2014년에는 부적정 입원자 342명 중 131명을 각각 강제 퇴원시켜 진료비 19억원, 16억8천만원을 각각 줄였다.
부적정 입원자란 반복적 주사제 투여가 없거나 외래 치료가 가능해 입원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의료급여 대상자다.
시가 지난해 한 요양병원에서 강제 퇴원시킨 경증 치매 환자 A씨(75)는 2015년에만 입원비로 의료급여 2천756만9천원을 사용했다. 그는 특별한 치료 없이 총 3년간 입원했지만 요양병원은 퇴원시키지 않았다.
의료급여에서 지급되는 장기 입원환자는 1인당 1년 평균 입원비가 3천55만1천원으로 3천만원을 넘는다. 한달 평균 입원비는 254만5천원이다.
울산은 인구에 비해 요양병원이 다른 광역시보다 많아 병상이 남아돌자 요양병원들은 적자를 보지 않기 위해 경증의 장기 입원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간병하던 B씨(69)는 식비와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우울증 진단을 받고 남편과 동반 입원했다가 시의 실태조사에서 적발됐다. B씨에게도 입원비 1천만원이 의료급여로 지급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저소득 환자의 입원 실태를 계속 조사해 혈세 낭비를 막겠다"며 "가족이 없는 경증의 저소득층 환자들은 요양병원 외에 갈 곳이 마땅하지 않지만, 중증 환자만 갈 수 있는 요양원에 경증의 노인도 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lee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