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은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았다고 그의 친구가 말했다.
김정남의 30년 지기인 앤서니 사하키언은 21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그는 두려워했다. 그것은 포괄적인 성격의 공포가 아니었다. 그는 극도로 두려워하고 불안해 했다"고 밝혔다.
사하키언은 10대 때 김정남과 스위스 국제학교를 함께 다녔다. 김정남은 최근 2년간 수차례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할 때마다 사하키언과 만났다. 두 사람이 가장 최근에 만난 것도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사하키언은 "우리는 북한 정권과 그의 이복동생,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한가지는 그는 권력에는 결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하키언은 "그는 결코 그의 조국을 통치하려는 야심을 품은 적이 없다"면서 "그는 북한 정권과 거리를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사하키언은 김정남이 12세나 13세쯤 됐을 때 그를 처음 만났다. 당시 김정남은 대사의 아들로 소개됐다.
사하키언은 "당시 우리는 북한과 남한이 어떻게 다른지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그는 쾌활하고 매우 상냥하고 친절하고 관대했고, 보통의 다른 아이들처럼 조금은 제멋대로인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조금 이상하게 보였던 것은 15세이던 김정남이 메르세데스-벤츠600을 몰고 다녔던 것뿐이었다고 덧붙였다.
2013년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남의 후견인이었던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하자 김정남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최대한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으려 애썼다.
사하키언은 "그는 고국의 상황을 매우 슬퍼했고, 북한 인민들을 정말로 가여워했다"면서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그의 압박감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또 스탈린 시대에 태어난 고령의 군 장성들이 지배하는 '장로제'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그들이 북한을 고립주의적이고 억압적인 통치에 계속 몰두하게 한다고 말하곤 했다고 사하키언은 전했다.
김정남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들 장성의 통제 아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장성들이 운영하는 유일체제의 일부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사하키언은 말했다.
또 김정남은 개혁을 원했지만, 자신은 무자비한 북한 정치 세계에 발을 들일 성격도 아니고 그럴 의지도 없다는 것을 알았고, 무력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정남은 또 북한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을 것이고, 유럽에서 다양한 벤처사업을 벌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제네바를 방문할 때도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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