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최근 노동판결과 기업 대응전략 설명회' 열어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국회가 입법적 해법을 마련하고, 기업은 교대제 개편, 유연근무제 등으로 장시간 근로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법무법인 세종과 공동으로 21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최근 주요 노동판결 및 기업의 대응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이날 강연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노동판결로 그간 합법으로 인식돼온 관행을 뒤엎는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근로시간 단축)'와 '사내도급과 불법파견의 구별 기준'을 지목했다.
김 변호사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지를 다투는 14건의 소송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며 "이 중 11건은 하급법원에서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며 근로자 손을 들어줬고, 3건은 반대로 포함되지 않는다고 사용자 손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대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준 하급법원과 입장을 같이 할 경우 법 개정과 무관하게 주 68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휴일 16시간)인 근로시간이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휴일 12시간)으로 줄어들어 산업 현장에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가령 기업들은 토·일요일 등 휴일근로에 대해 휴일근로 할증(50%)에 연장근로 할증(50%)을 합쳐 100% 할증해 지급해야 한다.
아울러 과거 3년간 지급하지 않았던 연장근로 할증수당에 대한 소급분을 일시에 지급해야 하며, 이를 둘러싼 줄소송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중소기업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경우 취업기피 현상으로 신규채용을 할 수 없고 중복할증에 따른 인건비 부담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은 곧 납기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존 관행대로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게 할 경우 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근로시간 단축의 해법으로 국회가 대법원 판결 전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미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되 기업 규모별로 4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를 시행하고, 노사 합의 때는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추가로 허용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다만 여야 간 입장차로 처리는 지연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또 "기업들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교대제 개편, 유연근무제 도입, 공정효율화 등을 통해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내하도급과 파견의 구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불법파견 분쟁이 자동차산업에서 철강, 서비스산업 등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최근 법원이 사내하도급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보는 판결이 느는 추세"라며 "특히 철강업체 불법파견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철강업체 사내하도급 사건이 대법원에서도 불법파견으로 판결 날 경우 제조업에서 노무 도급 사용은 사실상 금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불법파견의 원인이 되는 엄격한 파견규제를 전향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올해 주목해야 할 노동 현안으로 ▲ 출퇴근 재해의 산재 인정 ▲ 포괄임금제 성립 요건 ▲ 무기계약직 전환자와 정규직 차별 등을 꼽았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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