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일간 인터뷰 "北통치 야심 전혀 없었다…외국방문시 해당국에 통보해야 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이 지난 몇년 동안에는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편집증적인 은둔 생활을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그의 오랜 친구를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김정남은 북한 상황을 바꿀 수 없는 무기력감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고 스위스 국제학교 급우 시절부터 알고 온 친구 앤서니 사하키안은 말했다.
김정남이 최근 몇 개월 전을 포함해 지난 2년간 스위스 제네바를 수차례 다녀갔고 그때마다 거의 매일 만나 얘기를 나눴다면서 사하키안은 김정남에 대해 얘기했다.
사하키안은 "우리는 북한 정권, 이복동생(김정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얘기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가 권력에 절대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남이 북한을 통치하려는 야심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거나 좋게 평가하지 못했다. 그는 북한 정권을 멀리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워했다. 두려움으로 아무것도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편집증적이었다"고 전했다.
김정남은 2011년 초 일본인 기자에게 정치적 견해를 털어놨고 이 기자가 그와 나눈 대화와 이메일을 이듬해 책으로 펴내자 김정남은 침묵했다. 그로부터 1년 뒤 김정남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고모부 장성택이 김정은에 의해 처형됐다.
사하키안은 "그는 북한 상황에 매우 슬퍼했다. 정말로 북한 사람들을 생각했다.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그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김정은이 스탈린 시대 태어난 원로 장성이 지배하는 단단한 체계의 일부분이 됐다고 했다.
사하키안은 "김정은이 그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 본인도 그런 마음을 갖게 된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은 무자비한 북한 정치 세계에 들어갈 '성격이나 의지가' 자신에겐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북한의 변화를 바라면서도 어쩔 수 없는 무기력감을 느꼈다고 한다.
사하키안은 "그렇게 하려면 냉혈 인간이어야 하는데 김정남은 거기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김정남이 북한에서 주는 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유럽 내 여러 벤처사업으로 살고 있다면서 제네바를 방문하면 저렴한 에어비앤비에 머물렀다고 그는 전했다.
또 김정남은 외국을 방문하려면 미리 해당 정부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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