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락한 국빈방문 요청을 철회해달라는 청원을 의제로 한 영국 의회 논의 자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21일(현지시간) 저녁 3시간 동안 진행된 논의는 영국내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의원이 참석하는 바람에 의원 1인당 발언 시간이 5분으로 제한될 정도였다.
제1야당인 노동당 폴 플린 의원은 지난 50년간 영국을 국빈방문한 미국 대통령은 단 두 명이었다면서 트럼프에게 대통령 취임 일주일 안에 국빈방문을 요청한 것은 "완전 전례 없는 일"이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청원위원회 위원인 플린 의원은 기후변화에 대한 트럼프의 시각이 고려돼야 한다는 캐롤린 루카스 녹색당 공동대표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 사안에 관해 "심오한 과학적 무지"를 보여줬다고 답했다.
플린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를 위해 여왕을 포주로 만드는" 방문이라고 묘사한 한 언론 칼럼니스트의 문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여당인 보수당 제이콥 리스-모그 위원이 도리를 벗어난 표현이라며 '난징 의 강간'에 책임 있는 히로히토 일왕의 국빈방문 때도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많은 여성의원이 트럼프의 여성차별을 비판한 가운데 노동당 폴라 셰리프 이원은 트럼프가 유세 시절 내놓은 여성 비하 막말을 그대로 옮기기도 했다.
여당인 보수당 에드워드 레이 의원은 트럼프가 인종차별적이고 여성 혐오적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면서 "우리 중에 과거 언젠가 다소 어리석은 성차별적 발언을 하지 않은 이가 있는가"라고 말해 여성의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의사당 밖에서는 수천명이 '인종차별주의에 반대 : 트럼프 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국빈방문 요청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노동당 예비내각 내무담당 다이앤 애벗 의원은 시위대를 향해 트럼프는 "약자를 괴롭히는 자, 완고한 편견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여당인 보수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의 국빈방문이 예정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크리스핀 블런트 의원은 국빈방문 요청을 철회하면 여왕이 곤혹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루사나라 알리 의원도 요청 철회는 "여왕에게 해가 된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앞서 테리사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국빈방문' 요청 철회를 요구한 청원을 공식 거부했다. 이 청원에는 185만여명이 서명했다.
총리실은 "수많은 서명으로 강력한 견해들이 표현됐음을 인정하지만, 청원을 지지하지 않는다. 초청은 미국과 영국 간 관계의 중요성을 반영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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