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거 수사선상 올라"…영업중단 후 출국 바람도
(쿠알라룸푸르·상하이=연합뉴스) 김상훈·정주호 특파원 = 김정남 암살이 북한의 배후로 서서히 드러남에 따라 말레이시아에 있는 북한 교민들이 대거 수사대상에 오르며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간 이후에도 말레이시아 경찰당국은 3명의 또다른 북한 국적 연루자들을 추적하며 현지 거류 중인 북한 교민, 주재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중문매체 동방(東方)일보가 22일 보도했다.
현지 경찰소식통은 체포된 리정철(46)이 현지에 1년간 장기 체류하며 각종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현지 북한 교민·주재원 사회에 일정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보고 주변 인맥부터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리정철이 과거에 다녀갔던 식당이나 협력 기업들을 상대로 리정철과 다른 7명의 도피범들이 서로 연계됐거나 회합하는 등의 접촉 관련 정보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일부 북한계 기업 및 상점은 경찰의 조사를 우려해 영업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단 말레이시아 경찰의 연락을 받는 것만으로 북한 당국으로부터 기밀을 유출한 '역적'으로 몰릴 것을 우려, 아예 영업을 중단하고 해외에 나가 있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수년전 북한 식당 '평양'이 문을 닫은 이후 말레이시아 유일의 북한 식당으로 남아있는 쿠알라룸푸르 시내 고려관도 최근 언론과 당국의 주목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업시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고려관의 당초 영업시간은 오전 11시30분∼오후 3시30분과 오후 5시30분∼11시30분이었으나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낮 영업은 하지 않고 저녁에만 문을 여는 것으로 바꿨다.
말레이시아는 북한 국적자들의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1천여명의 교민, 주재원, 외교관들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김정남 암살 수사와 시신 인도 문제로 갈등이 커지면서 말레이시아가 무비자 재검토와 함께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 가능성까지 내비치자 불안해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북한우호협회 셰융충(謝永從) 회장은 현지 남양상보(南洋商報)와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는 비자없이 북한에 입국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양국 모두에 서로 여행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셰 회장은 "현재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는 북한인들이 그다지 많지 않고 대다수가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동시에 유학을 오는 북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말레이시아와 북한간에 '소통'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관련 문제가 빨리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