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아닌 김철로 우기는 北, 말레이 DNA 샘플 요청에 응할까

입력 2017-02-22 13:56   수정 2017-02-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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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아닌 김철로 우기는 北, 말레이 DNA 샘플 요청에 응할까

말레이, 北에 김철 의료기록 등 요구…"김철은 김정남 위장용 가명"

거짓말 탄로 우려한 北, 말레이 요청에 불응 가능성 농후

(콸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시신의 신원을 유전자로 확인해달라고 북한을 다시 한 번 공개 압박했다.

그러나 애초 김정남의 신원 확인을 방해하려고 한 것이 북한 대사관인 만큼 말레이 당국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 측은 이미 김정남의 존재를 부인한 터다. 해당 시신은 '김 철'이라는 북한 외교관 여권 소지자라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은 생전 신변 안전을 위해 김 철이라는 가명을 썼고, 여권에도 그렇게 사용해왔다.

이를 이용해 북한 측은 김정남과 김 철은 다른 인물이라고 주장하면서, 김정남이라는 이름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김정남의 '부존(不存)'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이 김정남 암살 사건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 측에 김 철이라는 인물의 DNA 샘플을 요청했다. 그걸로 현재 쿠알라룸푸르종합병원 영안실에 있는 시신과 동일인인지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같다면 북한의 주장이 맞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북한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이번 암살 사건의 배후로 확실하게 지목받게 될 전망이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 경찰청장은 22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내 경찰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주장하는 사망자 신원을 확인할 DNA 샘플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말레이 경찰 당국은 망자(亡者) 이름을 '김 철'로 지칭했다. 전날 말레이 보건부 측도 부검 운영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도 김철이라는 이름을 썼다.

김 철은 김정남이 지난 13일 콸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극물 테러를 당한 뒤 사망할 때 소지하던 외교여권에 기재된 이름이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말레이 당국으로선 '확인작업'을 거쳐 시신이 김정남이라는 증거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김 철이라는 이름을 쓸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서 뽑은 동영상을 볼때 사망자는 김정남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각국 정부, 정보기관, 언론매체들도 여러 정황을 토대로 김정남이 아닐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음에도 신원확인이 쟁점이 된 것은 북한의 외교적 항의 때문이다.

강 철 말레이 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사망자가 '김 철'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강 대사는 "우리는 사망자의 신원이 여권에 명시된 대로 '김 철'이라고 확인했지만 경찰이 적대세력의 요구대로 다른 이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철은 북한의 외교여권을 지닌 외교관이기에 빈 협약에 따라 '김철'의 시신을 북한 당국에 넘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주장은 북한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이번 테러의 배후에서 지우려는 술책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정남을 암살하라는 지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취소령이 따로 내려질 때까지 계속 유효한 '스탠딩 오더'였다고 밝혔다.

김정남이 김 철로 공식 분류돼 사건이 막다른 골목에 막히면 이번 사건에서 김정은 책임론이 흐지부지될 수 있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말레이 당국은 사망자가 김철이 맞다면 김철의 DNA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청장이 직접 국제적인 기자회견에 나와 북한에 자기 주장을 물리적 증거로 직접 증명하라고 공을 넘긴 것이다.

다른 한 편에서 말레이 당국은 김정남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김한솔 등 김정남 유족들의 DNA도 입수해 분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족의 DNA를 확보하는 순간 북한의 '김 철 주장'은 바로 궤변으로 단정돼 폐기될 수 있다.

누르 잘란 모하메드 말레이 내무부 차관은 김한솔이 말레이에 오면 철저히 보호할 것이라며 외무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과의 접촉하라고 권유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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