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사유 일괄 투표 안돼… 여러 범죄 섞어 적용도 문제"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채새롬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이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중대한 적법절차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러 사안을 각각 투표하지 않고 한데 모아 의결한 '일괄투표'의 위헌성, 탄핵 대상 범죄와 구체적인 직무행위를 제시하지 않고 여러 범죄를 섞어 '복합범죄'로 만든 구체성 결여 등을 지적했다.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장)는 22일 오후 2시 열린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내용과 적용 법률이 다른 13개 탄핵사유로 탄핵소추를 하려면 하나하나에 대해서 개별 투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핵심판 제도를 만든 미국에서도 개별 사안별로 투표한다"며 "사유별로 투표하지 않고 일괄투표하면 투표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를 가지고 탄핵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의원 50명이 사유 1에, 50명이 사유 2에 각기 다른 사유로 찬성했을 수 있는데, 마치 13개 탄핵사유 전부가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은 것으로 외관이 꾸며졌다"며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3분의 2 이상이 13개 사유를 모두 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나의 탄핵사유에 여러 법률 위반을 적용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전 어디에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뇌물죄와 직권남용죄, 강요죄를 합친 '복합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770억 뇌물죄와 직권남용, 강요죄는 다르다"며 "이는 마치 사기죄, 공갈죄, 강도죄를 섞어 한 개의 탄핵사유로 한 것과 똑같다. 국회가 동서고금에 없는 섞어찌개 (탄핵사유) 13가지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헌법학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고자 한다. 들어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 변호사는 '증거조사 없는 탄핵소추'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탄핵 근거가 되는 건 대통령의 지시와 이 지시에 관련된 최순실이나 비서관들의 언행"이라며 "대통령이 지시한 행위가 공범 요건을 갖추고 있느냐, 교사나 방조의 공범 요건을 갖추고 있느냐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조사를 통해 확인해서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성립된다고 확신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모였을 때 소추 사유가 확정될 수 있는 것"이라며 "국가의 권력기관이 대통령의 권리를 침해하는 건 마치 검사, 경찰이 증거조사 없이 고의로 국민을 수사해 붙잡아서 기소, 처벌하는 것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헌재도 탄핵소추의 당부(정당성과 부당성)를 증거를 갖고 가려야 하며 입증책임은 원래 청구인에게 있다"며 "그런데도 헌재가 일단 청구인이 끝났다고 하면 피청구인 요구는 시간이 없다면서 받아들이지 않고 진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탄핵심판 사건의 전속적 관할권을 갖는 헌재가 국회의 위헌적인 졸속 탄핵 소추 의결을 국회의 자율권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면죄부를 줬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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