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날씨에 겨울잠서 일찍 깨 활동 '이상현상'…먹이부족에 민가서 가축 사냥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지구 온난화 여파로 이탈리아에서 한창 겨울잠을 자야 할 곰이 깨어나 활동하는 이상 현상이 포착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우디네 대학 연구팀은 '프란체스코'라고 이름 붙인 9살짜리 수컷 곰에 전파 장치를 달아 추적한 결과, 이 곰이 동면에 들어간 지 48일 만에 깨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면을 시작하는 시기도 과거보다 늦어져 이 곰의 경우 지난해 12월 13일에서야 동면에 들어갔다.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 국경이 맞닿은 산악지역에 거주하는 이 곰이 겨울이 지나기도 전에 깨어난 데는 지구 온난화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이 지역은 최근 온도가 영상 17도까지 올랐다.
문제는 예상보다 일찍 깨어난 곰이 주위에서 먹이를 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변에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면 산 아래로 내려와 과수나무나 벌통을 털거나 쓰레기통을 뒤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인근에 거주하는 농민들은 가축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곰뿐만이 아니라 아이벡스(야생 염소)나 들꿩 등도 온화한 겨울 날씨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세계자연보호기금(WWF) 이탈리아는 밝혔다.
WWF 이탈리아는 지난 2015년 1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아이벡스의 생존율이 1980년대 50%에서 현재 25%로 반 토막 났다고 밝혔다.
환경 연구 및 보호 기관(IERP)의 곰 전문가인 피에로 제노베시는 "동면 기간 단축은 요즘 흔한 현상"이라며 "이는 눈 부족과 관련이 있는데 특히 올해는 눈이 매우 적게 내리면서 먹을 것도 없는데 곰이 깨어나 돌아다니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곰에게도 굉장히 스트레스받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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